[더구루=정예린 기자] 네덜란드 NXP가 중국 반도체 유통회사에 대해 가격 담합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칼을 빼들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NXP는 최근 중국 현지 유통사 'ZLG 즈위안 일렉트로닉스’ 등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했다. 차량용 반도체 유통 과정에서 공급 부족 문제를 악용, 폭리를 취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작년 말 촉발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급 대란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더불어 유통사의 담합 등 '갑질' 논란을 야기했다. TSMC, 삼성전자, SMIC 등 반도체 제조사들이 최대 30%까지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유통업체의 수수료까지 더해져 최대 수십배까지 오르고 있다.
특히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가격은 지난해 개당 8달러 수준이었으나 현재 50달러로 6배 이상 급등했다. 일반적으로 8~10배 이상 가격이 상승해 반도체 유통업이 이른바 '칩 투기 사업'이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낮은 재고 탓에 주문이 쏟아지고 있으며 비싼 값을 지불한다고 해도 필요한 수량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유통사의 매점매석, 가격 부풀리기 등 위법행위가 기승을 부리자 정부가 직접 해결에 나섰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하 시장총국)은 지난 3일(현지시간) 공고를 내고 "자동차 칩 시장의 과대 광고 및 높은 가격 등의 문제에 대해 최근 가격 모니터링 및 보고 단서를 기반으로 가격을 인상한 혐의를 받는 자동차 칩 유통업체에 대해 조사를 제기했다"며 "시장총국은 반도체와 같은 주요 상품의 시장 가격 질서에 계속 주의를 기울이고 감독과 법 집행을 더욱 강화해 사재기, 가격 인상, 가격 담합 등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NXP 외에도 윙텍이 인수한 넥스페리아(중국명 안시반도체)도 유통사의 폭리에 소송 등을 통해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 넥스페리아는 ZLG, CLP장비(中电器材), 주 리공 일렉트로닉스 등을 계약가격 책정법과 가격 조정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수천만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