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미국 모더나가 메신저리보핵산(mRNA) 플랫폼을 활용한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HIV·에이즈 원인 바이러스) 백신 2종의 임상시험 1상에 착수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로 폭풍 성장한 모더나가 또 한 번의 도약 모멘텀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모더나는 이르면 내달 19일(현지시간) HIV 바이러스 후보물질 'mRNA-1644'와 'mRNA-1644v2-Cor'의 임상시험 1상을 시작한다.
HIV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18~50세 성인 56명이 참여한다.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와 텍사스 대학교 센안토니오 캠퍼스, 조지워싱턴 대학교, 에머리대학교가 임상에 협력한다. 국제에이즈백신이니셔티브(IAVI)가 후원한다.
모더나는 이번 임상으로 백신의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2023년 5월 1일 연구를 마칠 예정이다.
모더나는 2018년부터 HIV 백신 개발을 추진해왔다. 올해 2월 투자자 설명회에서 성인 48명에 HIV 백신 후보물질을 투여한 결과 47명이 항체를 만드는 B세포 수치가 목표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었다. 윌리엄 쉬프 스크립스연구소 면역학 교수는 mRNA 백신 플랫폼이 시간과 비용 모두 절약해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명한 바 있다.
모더나가 임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두 번째 mRNA 백신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본격화되며 올해 상반기에만 60억 달러(약 7조원)의 매출을 거뒀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외에 아직 상용화한 제품이 없어 장기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애널리스트 제프 미샴이 모더나의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봤다.
HIV 백신은 시장의 우려를 타파할 묘안이 될 수 있다. 에이즈는 HIV에 감염된 뒤 면역 기능이 떨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치료제가 개발돼 관리가 가능하지만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여전히 수십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HIV에 감염된 사람은 3770만명에 이른다. 미국에서만 약 130만명의 환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