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유럽연합(EU)이 전기차 등에 쓰이는 핵심 소재인 희토류 영구자석의 자국 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과도한 중국 의존도 지적이 잇따른 가운데 미국에 이어 중국의 '자원 무기화'를 견제하기 위한 행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현지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업체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높은 원자재 비용에 대한 보상금 인상 및 낮은 이자율을 적용한 대출 등 자금 조달 등이 포함된다.
희토류는 란타넘, 류테튬 등 란타넘족 15개 원소와 스칸듐, 이트륨 등을 더해 총 17종의 희귀한 광물이다. 열전도 등 화학 성질이 우수하고 항상성을 갖췄다. 전기차 부품부터 전자제품, 반도체용 연마제, 항공 우주 등 다양한 분야에 쓰여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린다.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영구자석은 희토류의 주요 응용 분야 중 하나로 전기차 드라이브 트레인, 엔진, 모터 등 주요 부품과 풍력터빈, 레이저나 전투기 등 방위산업 장비, 스마트폰 등 생산에 필수적인 재료다. 유럽의 영구자석 대(對)중국 수입 비중은 98%에 달한다.
EU의 새로운 지원책은 유럽 내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량을 늘리고 관련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 마련됐다. 유럽 희토류 제조 기업들은 원자재 비용의 약 5분의 1 수준인 보조금을 받고 중국 업체와 경쟁할 수 없다며 현재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유럽에서 유일한 상업용 희토류 분리 시설을 소유하고 있는 네오 퍼포먼스 머티리얼즈의 콘스탄틴 카라야노풀로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자본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통해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조율된 노력이 필요하다"며 "EU의 제안을 본 적은 없지만 이 부문을 활성화하기 위한 공공과 민간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EU는 지난해 수입 원자재 의존도를 줄이고 자원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유럽 원자재 동맹(ERMA)'을 출범했다. 희토류 채굴, 가공 등 산업 생태계를 키워 중국의 공급 중단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는 게 목표다. 산하 조직에 'ERMA 희토류 자석 및 모터 클러스터'라 명명한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내달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중국은 압도적인 희토류 공급량을 바탕으로 생산 중단 및 가격 인상 등 패권을 휘두르고 있다. 올 초에는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통제법'도 마련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이달 초 자국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업체에 대한 세금 공제 확대 등을 포함한 지원 법안을 도입,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