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미국 반도체 제조 시장이 연내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면서 미국 정부가 공급망 강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8일 코트라 실리콘밸리무역관이 인용한 시장조사기관 IBIS월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제조 시장 규모는 올해 509억 달러(약 59조원)를 기록했다. 가장 비중이 높은 건 정보처리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를 내장한 시스템 반도체 마이크로프로세서(38.4%)다. 메모리 반도체는 17%를 차지했다.
향후 반도체 시장의 전망은 좋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스마트폰 수요 회복과 인텔의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등으로 내년까지 D램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낸드플래시도 스마트폰과 솔리드스트레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 등으로 성장세가 지속된다. 다만 가격 상승 모멘텀은 D램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 시장 또한 위탁생산 확대와 팹리스 업체 성장, 반도체 고객사들의 자체 칩 개발 등으로 수요가 커질 전망이다.
미국은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자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연방 정부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4년간 3000억 달러(약 350조원)로 확대하고 반도체 부품 관련 연구와 제조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작년 6월 '미국 반도체 법안'과 7월 '파운드리 법안'에 이어 올해 6월 반도체 부문 535억 달러(약 62조원) 상당의 지원을 담은 '미국 혁신 및 경쟁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다. 현지 기업의 공급망을 강화하고 반도체 장비 또는 팹 투자에 25% 투자 세금을 공제해주는 '미국 제조 반도체 촉진 법안'도 추진 중이다.
미국 업체들은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 3월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하며 종합 반도체(IDM) 2.0 전략을 발표했다. 미국 뉴멕시코주에 위치한 반도체 후공정 공장에 35억 달러(약 4조원)를 쏟아 올해 말 증설을 시작할 계획이다.
IBM은 5월 세계 최초 2나노미터(㎚·10억분의 1m) 나노시트 기반 반도체 테스트칩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나노시트 기술은 3차원(3D) 구조 기반의 핀펫 방식과 GAA(Gate All Around) 기반 나노와이어(줄 모양의 게이트 배치) 방식의 업그레이드 기술로 평가받는다.
미국 반도체 시장이 커지며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레이시 테크셋 애널리스트는 "티어1 공급사에 소재나 부품을 납품하는 티어2 공급사로 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기존 공급사와 협력해 주·정부마다 달라지는 (안전·환경) 규정들을 시기적절하게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