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이탈리아 슈퍼카 제조사 '파가니'(Pagani)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국영 공공투자펀드(PIF)로부터 투자를 받는다.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성장의 밑거름을 마련하면서 사우디 PIF의 자체 전기차 브랜드 구축을 도울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블룸버그통신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PIF는 최근 파가니와 파가니 지분 30%를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수제 슈퍼카 브랜드인 만큼 수익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정확한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파가니는 지난 1992년 람보르기니 출신 엔지니어 호라치오 파가니(Horacio Pagani)가 창업한 수퍼카 회사다. 본사는 이탈리아 모데나에 있으며 △코닉세그 △부가티와 함께 3대 하이퍼카 회사로 불린다. 주문을 받아 한정 생산하는 방식으로 차량 가격은 15억원이 훌쩍 넘는다.
호라치오 파가니는 "이번 지분 거래로 고성능 하이퍼카를 고집하는 파가니의 철학을 계속 전달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성장을 위한 핵심 단계"라고 말했다.
업계는 사우디 PIF가 자국에 자체 전기차 브랜드 구축하기 위해 이 같은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사우디 PIF는 지난 2018년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에도 29억 달러(약 3조3300억원)을 투자하며 최대 주주가 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가니와 루시드모터스의 공통점은 럭셔리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점에 있다"며 "전기차 시대 럭셔리 부문을 섭렵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루시드모터스의 전기차 기술을 도입해 파가니가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가니는 와이라의 뒤를 잇는 후속모델 개발을 진행 중이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할 전망이다. 파워트레인을 담당하는 AMG는 배출가스 규제를 고려해 오는 2025년까지 유로 7 규제를 충족하는 엔진을 공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