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강력 경고에도 코로나 치료목적 '동물용 구충제' 공급 대란

2021.08.31 09:58:16

가짜뉴스 확산으로 '아이버멕틴' 품귀 현상…의료현장서도 처방
보건당국 "심한 부작용, 심지어 사망까지 우려…복용 멈춰라"

 

[더구루=김다정 기자] 미국서 동물 구충제의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동물용 구충제인 '아이버멕틴'(Ivermectin)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가짜뉴스가 확산된 영향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버멕틴에 대한 미국 보건 당국자들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아이버멕틴은 공급부족 현상에 맞닥뜨렸다.

 

현지 동물 사료 공급 업체 관계자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아이버멕틴을 구입하면서 현재 말 구충제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가게 앞에 '사람은 먹지 마세요'라는 표지판을 걸었음에도 여전히 구매열풍이 풀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버멕틴은 이·회충·요충 같은 기생충을 박멸하기 위해 처방하는 약으로, 소·말 등 동물에 쓰이는 구충제다. 때때로 인간에게 처방되기는 하지만 이는 기생충 치료를 위해 소량으로만 처방된다. 반면 동물용 구충제는 고농축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보수성향 매체 및 인사 등은 이 약을 코로나 치료제로 언급하며서 동물용 구충제가 때 아닌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위스콘신주 공화당 상원의원인 론 존슨은 이 약이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홍보한 바 있다.

 

의료현장에서도 아이버멕틴의 처방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아이버멕틴의 주당 평균 처방은 3600건이었으나 최근 8월 중순에는 8만800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건 당국자들은 이버멕틴의 부작용에는 제어할 수 없는 발작과 심지어 사망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CDC는 "지지자들은 이 약물이 SARS-CoV-2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중요한 정보를 빠뜨리고 있다"며 "효과가 있더라도 독성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말과 양 버전의 구충제는 더 농축된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독성 위험이 더욱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CDC는 독극물통제센터에 신고된 건도 7월 이후 5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아이버멕틴 복용을 중단하라고 경고한 바 있다. FDA는 지난 21일 트위터를 통해 "여러분은 말도, 소도 아니다"라며 "(구충제 복용을) 멈춰라"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아이버멕틴을 코로나 예방 또는 치료 목적으로 쓰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FDA 홈페이지 글을 공유했다.

 

김다정 기자 92ddang@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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