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량 제어 방식이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변화함에 따라 IT 기업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완성차 기업부터 IT 업체까지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애플이다.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전자기기를 기반으로 견고한 iOS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는 데다 차량 관련 소프트웨어까지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IT 기술력을 토대로 전기·자율주행차인 '애플카' 개발 프로젝트 '프로젝트 타이탄'도 추진중이다.
애플은 지난 2014년 선보인 애플 카플레이(CarPlay)를 통해 차량 소프트웨어 분야에 첫 진출한 뒤 애플 카키(CarKey) 등 꾸준히 기술 발전을 이뤄왔다. 최근에는 기존 카플레이를 한 단계 발전시켜 자동차의 핵심 기능까지 제어할 수 있는 '아이언하트(IronHeart)'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아이언하트 프로젝트는 iOS를 통해 차량의 좌석, 에어컨 조작은 물론 속도계, 차량 내부의 온도와 습도 조절 등 전반적인 기능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담겼다. 기존 카플레이는 아이폰 미러링 시스템을 사용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작만 가능하다.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현대자동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자체 운영체제(OS)를 통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7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SSP(Scalable System Plaform)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실시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으며 폭스바겐그룹 차량들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 업데이트가 가능해진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엔비디아와 함께 자율주행기능 개발과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엔비디아의 오린(Orin) 칩 기반으로 자율주행 개발 플랫폼 '드라이브 AGX'가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에 탑재되며, 2024년부터 메르세데스-벤츠 차량 전반에 걸 쳐 자율주행 기능이 추가돼 출시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018년 자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를 양산차에 첫 적용한 바 있다.
현대차는 올 4월 그룹 IT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를 현대엠엔소 프트와 현대오토론 3사 합병을 최종 승인하며 자체 OS 개발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엔비디아의 AI 기반의 커넥티드 카 운영체제(ccOS)를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까지 브랜드 전 차량에 도입한다고 발표했고 자체 운 영체제를 통해 실시간 교통정보, 뉴스, 날씨 등 운전자 최적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구축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기반이라는 인식으로 변화되는 시점에서 IT 기업인 애플의 행보는 완성차 업체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며 "글로벌 IT 기업들의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인력을 더욱 늘리고 있고, 스마트 모빌리티로 향하는 완성차 업체와 글로벌 IT 기업과의 주도권 경쟁은 당분간은 뜨거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