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과 LG 스마트폰을 생산하던 아르헨티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회사가 LG전자의 사업 철수로 공장을 폐쇄한다. 삼성전자는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인근 남미 국가 수출용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전자제품 조립업체 '미르고르(Mirgor)'가 티에라델푸에고(Tierra del Fuego) 소재 스마트폰 제조 공장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이 곳에서는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각각 60%와 40% 비율로 생산돼 왔다.
미르고르는 지난 4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공장 운영 여부를 고심하다 10월부터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두달 여 만에 최종 폐쇄를 결정했다. 총 300여 명의 직원 중 212명은 다른 공장으로 재배치하고 65명은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글로벌 부품 공급 부족도 영향을 미쳤다. 회사 관계자는 "LG전자의 결정에 더해 스마트폰을 조립할 부품이 부족하다"며 "9월까지는 생산을 이어왔지만 결국 직원들에게 휴가가 주어졌고 연장 끝에 공장 폐쇄와 일자리 재배치를 발표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르고르는 LG전자와 삼성전자의 현지 파트너사로서 2010년대 초반부터 양사의 휴대폰과 TV를 제조해왔다. 지난해 10월 브라이트스타 아르헨티나 자회사를 인수하며 스마트폰 생산 물량을 크게 늘렸다.
삼성 갤럭시S21 시리즈 등 플래그십 모델도 생산하는 주요 협력업체로 자리잡았다. 미르고르는 갤럭시S21 시리즈 출시 직후 삼성전자 팀과 품질 표준과 공정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거쳐 지난 3월부터 티에라델푸에고 공장에서 갤럭시S21, 갤럭시S21+, 갤럭시S21 울트라를 제조해왔다. 아르헨티나에서 생산되는 최초의 5G 스마트폰이다.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접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LG전자는 3400여 명에 달하는 MC사업본부 인력 재배치 작업을 마무리하고 지난 7월 31일자로 휴대폰 사업을 완전히 종료했다. 다만 기존 특허 자산에 대한 가치 보호와 차세대 통신기술 개발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