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필리핀 정부가 내달까지 바탄 원전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마친다. 이르면 내년 초 원전 건설을 결정할 것으로 보여 원전 수주에 관심을 드러낸 한국수력원자력의 움직임이 바빠질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필리핀 에너지부는 연내로 바탄 원전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끝낼 예정이다.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사업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
바탄 원전 사업은 두테르테 정부가 들어선 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지 정부는 별도 조직을 꾸리고 바탄 원전의 경제·환경·안보 영향을 살펴왔다. 지난달 두테르테 대통령이 알폰소 쿠시 필리핀 에너지부 장관, 마크 코주앙코 필리핀 하원의원과의 면담 자리에서 사업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또 지시하며 조사에 속도가 붙었다.
필리핀 정부는 원전 재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만성적인 전력난을 해소하려면 원전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01년 전력 민영화를 단행한 후 민간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며 전력 공급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전기 요금은 아시아 국가 중 싱가포르 다음으로 높다.
쿠시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7월 말 에너지 관련 화상 회의에서 "경제 상황이 바탄 원전 건설 당시와 완전히 바뀌었다"며 "에너지 안보 분야에 있어서 원전의 역할에 대해 국민적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필리핀 정부는 이르면 2027년 원전을 도입할 계획이다. 현지 정부가 바탄 사업을 밀어붙이며 한수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수원은 바탄 원전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맡으며 필리핀 에너지부와 협력해왔다. 정부 관계자들과도 지속적으로 접촉했다. 필리핀 에너지부 대표단이 2017년 한수원 본사를 방문한 데 이어 2018년 쿠시 장관과 도나토 마르코스 차관 등이 고리 2호기를 찾아 국내 원전 기술을 살폈다.
한편, 바탄 원전은 1967년 필리핀 루손섬 남부에 착공됐다.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사업을 수주해 건설을 진행했으며 국민 여론이 악화되며 1984년 공사가 중단됐다. 원전 건설을 지시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당시 대통령의 축출과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으로 사업이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