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가 2나노미터(nm) 팹 건설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물 사용량과 지진 위험 등을 이유로 현지 규제 당국으로부터 건설에 필요한 승인을 받지 못해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행정원 환경보호서는 16일(현지시간) TSMC의 신주과학원구 확장 계획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
TSMC는 본사가 위치한 대만 신주 인근에 있는 신주과학원구에 2나노 연구개발(R&D) 센터와 공장 건설을 추진해왔다. 내년부터 R&D센터를 운영하고 2024년 생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총투자액은 약 20조원으로 8000여 명의 연구원과 엔지니어들이 연구·생산에 투입된다.
TSMC는 올해 8월 온라인 기술 심포지엄에서 건설 계획을 구체화하고 허가 절차를 밟아왔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투자가 늦어지고 있다.
환경보호서는 물 사용량을 문제 삼았다. TSMC의 하루 물 사용량은 12만t으로 추정된다. 환경보호서는 신규 공장의 물 소비는 타이베이와 신베이시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75%인 폐수 재활용률도 낮다고 봤다.
지진 영향 우려도 거론됐다. TSMC가 개발하려는 부지는 두 개의 활성단층 사이에 있어 지진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강력한 지진을 견딜 정도로 내진설계가 강화됐는지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는 게 현지 규제 당국의 견해다.
환경보호서는 규제 당국의 의견을 반영해 환경영향평가서를 수정·보완하도록 지시했다. 수정된 문서를 토대로 재평가해 TSMC의 투자를 허가할 계획이다.
TSMC가 환경 평가에 발목이 잡히며 초격차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다. TSMC는 삼성전자와 업계 1,2위를 다투며 초미세 공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양사는 올해 나란히 5나노 반도체 양산에 돌입했다.
3나노 공정에서는 삼성전자가 먼저 2022년 양산 계획을 발표했지만 설비 투자는 TSMC가 앞섰다. TSMC는 지난달 타이완시에 3나노 팹을 완공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기존 핀펫(FinFET) 구조보다 전류 흐름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GGA(Gate All Around) 기술을 먼저 도입해 TSMC보다 저전력·고효율 칩을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기술 추격에 박차를 가하며 매출 성장률에서 TSMC를 앞지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이 37억1500만달러(약 4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25% 늘어난다고 예상했다. TSMC는 같은 기간 21% 상승한 125억5000만달러(약 13조6000억원)를 기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