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태만'이 낳은 한울 원전 정지사고…"협력사 떠맡기고 나몰라라"

현장 검토 없이 17분 만에 PCS 카드 교체 지시
담당 직원·부장 감독 미흡…교체 카드 확인 절차 빠뜨려

 

[더구루=오소영 기자] 지난 7월 발생한 한울 원자력발전소 6호기 정지 사고가 인재에서 비롯됐다고 결론이 내려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작업 지시 전 기술 검토에 소홀하고 교체 자재를 확인하는 절차를 생략했다. 협력 업체에 정비 작업을 떠맡긴 채 감독에도 미흡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9일 한울 원전 6호기의 원자로 중지 사고에 대한 내부 감사 결과를 확정했다.

 

앞서 한울 원전 6호기는 7월 19일 오후 12시5분 원자로 냉각재 펌프 2대가 정지하며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발전소제어계통에 포함된 PCS 카드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고장 난 카드와는 다른 종류의 카드를 꽂아 원자로가 정지됐다. PCS 카드는 원자로 냉각재 펌프와 전원차단기 등을 감시·분석·제어하는 발전소제어계통에 포함된 전자카드를 뜻한다.

 

한수원은 7월 27일부터 11월 17일까지 약 두 달간의 조사 결과 업무 태만과 점검 절차 위반 등을 적발했다.

 

PCS 담당 직원은 19일 오전 7시 40분 6호기 설비 점검을 요청받은 후 현장 점검이나 도면 검토 없이 관행적으로 카드 교체를 결정했다. 17분 만인 57분 카드 교체를 지시해 협력사 직원 2명만 작업에 참여했다.

 

감독은 PCS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직원에게 맡겨졌다. PCS 담당 부장 또한 현장 점검 여부나 작업 시행 적정성을 살피지 않았다. 오전 8시 14분부터 단체 대화방 메시지에서 세 차례 PCS 카드 교체 업무에 관한 보고를 받고도 아무 답변을 하지 않다가 10시 6분경 "알겠습니다. 수고해주세요"라는 문자를 남긴 게 전부였다. 원자로가 정지된 후 10분 이상 지나서야 담당 직원에게 전화로 사고 원인을 물었다.

 

정비 과정을 명시한 '발전소 제어계통 정비 및 점검' 운영절차서도 무시됐다. 해당 절차서에는 PCS 카드 교체 시 모델명, 기능 위치, 부하명, 육안 점검 사항 등을 확인해 점검표에 작성하고 수행자, 확인자, 감독자가 서명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담당 직원은 교체 카드의 확인 절차를 누락하고 점검표를 썼다. 작업 전 회의에서 교체할 PCS 카드를 준비해 품질 서류와 규격을 검토해야 하나 이는 생략됐다. 협력 업체 직원이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교체할 PCS 카드를 확인할 기회를 놓쳐 결국 잘못된 자재를 사용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잦은 PCS 카드 관련 사고로 논란이 됐었다. 2017년 7월 한울 5호기, 이듬해 6월 한울 6호기에서 PCS 카드 고장으로 원자로 작동이 멈췄다. 사고 이후 유사 사례를 방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난 것이다.

 

한수원은 안전불감증 논란을 피하게 어렵게 됐다. 협력업체에 PCS 카드 교체를 맡긴 채 업무 지시 전 검토와 감독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사고 리스크를 키웠다는 비판이다.

 

한수원 감사실은 담당 직원들에 감봉과 정직 등 징계 조치를 내렸다. 사고 위험에 대해 협력 업체와 공유하거나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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