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도담 기자] 올해 급성장한 중국 친환경차 시장을 저가 모델을 앞세운 현지 업체와 현지 공장을 지은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양분했다. 현대·기아차는 이와 대조적으로 혼다나 도요타, 폭스바겐 등 경쟁 외국계 기업에도 밀리는 등 현지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미미했다.
◇中 전기차, 로컬 브랜드-테슬라 주도
27일 중국자동차딜러협회(CADA) 등에 따르면 지난 11월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친환경차(신에너지차)는 상하이GM우링의 저가형 전기차 '우링홍광미니EV(五菱宏光mini EV)'였다. 11월 한 달에만 2만8246대가 판매됐다.
그러나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보급형 모델 '모델3'도 11월 2만1604대를 판매하며 뒤를 바짝 뒤쫓았다. 테슬라는 올 들어 중국 상하이 공장 가동을 시작하며 중국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누적 판매는 11만1645대로 우링홍광미니EV(8만7158대)를 웃도는 압도적 1위다.
그러나 테슬라를 뺀 외국계 합작사는 친환경차 시장에서 큰 힘을 쓰지 못했다. 11월 친환경차 판매량 톱10 중 7종이 중국 독자 모델이었다. 3위는 비야디(比亚迪)의 한(汉·1만105대), 4위는 창청(長城)자동차의 우라헤이마오(欧拉黑猫·9463대), 5위 역시 치루이(奇瑞)의 '치루이eQ1' 등 중국 독자 모델이 차지했다.
테슬라를 뺀 외국계 친환경차 중에선 일본 혼다의 현지 합작법인 광치혼다의 '어코드 하이브리드'(4827대·7위)와 일본 토요타의 현지 합작법인 이치토요타의 아발론 하이브리드(3653대·10위)만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기아차 존재감 '미미'…반전 모색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가 하위권으로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중국내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의 간판 친환경차 모델 판매 순위는 최고 40위에 그쳐 사실상 존재감이 없는 상황이다.
베이징현대 내친환경차 최고 판매모델인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지난달 436대를 판매됐다. 1~11월 누적 판매량도 1371대로 전체 친환경차 판매 순위 40위에 그쳤다. 둥펑위에다기아의 K3 EV 역시 95대(누적 1161대)로 59위에 머물렀다. 현대 페스타 EV(61대·누적 1298대·63위), 기아 K5 EV(13대·누적 414대·68위), 현대 링동 하이브리드(5대·누적 125대·69위) 판매량 역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이 같은 흐름은 현대·기아차의 최근 부진과 무관치 않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1~11월 중국 현지 승용차 판매량은 68만대(현대 45만대·기아 23만대)에 그치며 연간 목표인 75만대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4년 전인 2016년 179만대(현대 114만대·기아 65만대)를 판매하며 GM-폭스바겐과 '톱3'를 형성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위기다.
같은 기간 중국 자동차 시장은 친환경차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올해 1~11월 중국 승용차 판매량은 2247만대로 전년보다 2.9% 줄었으나 친환경차 판매는 109만대로 3.9% 늘었다. 특히 11월의 경우 16만9000대로 지난해 11월보다 두 배 이상(136.5%) 늘었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고 2035년부턴 아예 공공부문에서 기존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퇴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중국 내 친환경차 판매 규모는 이에 힘입어 당장 2025년에 5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체 신차 판매량 전망치가 3000만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20%에 달한다.
현대·기아차도 어려움을 겪는 중국 시장에서 친환경차로 반전을 꾀한다. 현대차는 지난달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IONIQ)을 중국 시장에 소개하고 내년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또한수소차 넥쏘와 수소트럭 '엑시언트 퓨얼 셀' 판매를 위한 현지 인프라 구축도 진행 중이다. 기아차 역시 2025년까지 순수 전기차 비중을 18%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CV(프로젝트명) 등 전기차 신차를 차례로 중국 시장에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