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도담 기자] 자동차 제조사가 자체 운영체계(OS) 플랫폼 개발을 위한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운전자의 역할이 줄어드는 자율주행 전기차 시대에선 결국 OS가 성패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는 자칫 자동차용 통합 OS 플랫폼 구축 주도권을 구글이나 애플, 블랙베리, LG전자 등 IT기업에 뺏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이들은 직·간접적으로 자동차 산업에 진출한 상태다.
현재 자동차용 OS는 인포테인먼트 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자동차의 자율주행화와 그에 따른 보안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그 시장은 훨씬 더 커지리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업 글로벌마켓인사츠는 최근 자동차 OS 시장이 2019년 45억달러(약 5조1000억원)에서 2026년 120억달러(약 13조7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용 통합 OS 플랫폼 구축 부문에서 가장 앞선 회사는 테슬라다. 기존 자동차 회사는 차를 만들 때 부품별로 수십 개의 전자제어장치(ECU)를 별도로 활용하는 게 보통이었다. 테슬라는 그러나 이를 통합한 단일 OS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ECU를 10여개로 줄임으로써 경쟁 우위에 섰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분석이다.
테슬라는 자신의 OS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시장분석기업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에 따르면 테슬라는 자동차용 통합 OS 부문에서 6~7년의 기술 우위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소프트웨어(SW) 전용 게임 ''폴리토피아'를 선보이기도 했다.
전통의 자동차 회사도 자동차용 OS 독자 개발을 위해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지난해 초 '카 소프트'란 전담 조직을 출범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2025년까지 70억유로(약 9조5000억원)을 투입하고 3000명 수준의 개발자 규모도 1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일본 도요타도 지난해 8월 아마존과 손잡고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주행정보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인공지능(AI) 컴퓨팅 기술 선도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와 손잡고 2024년까지 커넥티드 카를 내놓기로 했다.
현대차그룹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IT계열사 오토에버와 엠엔소프트, 오트론을 통합하며 OS 자체 개발 역량을 키웠다. 이어 지난해 11월 인공지능(AI) 컴퓨팅 기술 선도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와 손잡고 2022년까지 전 차량에 차세대 커넥티드카 운영체제(ccOS)를 도입기로 했다.
ccOS는 전화와 내비게이션은 물론 뉴스나 날씨, 실시간 교통정보 등 자율주행 시대를 겨냥한 고급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지난해 출시한 GV80과 G80 신모델은 이미 ccOS를 장착했다.
현대차그룹은 그밖에도 최근 이스라엘 통신 반도체 칩셋 전문기업 '오토톡스', 차량 탑승객 부상 수준 예측 분석기업 '엠디고', 스위스 홀로그램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개발기업 '웨이레이' 등에도 투자했다. 또 이에 앞서 오스트리아의 자율주행 기술 기업 티티테크 오토(TTTech Auto)와 손잡기도 했다.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의 분석가 사완트 싱(Sarwant Singh)은 "앞으로 모든 자동차 회사는 자체 OS 플랫폼을 개발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