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한국 조선소와 중국 조선소 간 수주 1위 쟁탈전이 치열하다. 그동안 세계 1위를 독주하던 한국 조선이 지난 4월 수주에서 정상 자리를 중국에 내주면서 경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18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국가별 조선업 4월 수주량은 중국 164만CGT(53척, 54%)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119만CGT(34척, 39%)로 2위에 올랐고, 핀란드가 8만CGT(2척, 3%)를 수주해 3위를 기록했다.
1~4월 누적 수주량은 중국 705만CGT(248척, 46%), 한국 682만CGT(171척, 44%), 일본 103만CGT(35척, 7%) 순으로 집계됐다.
중국 선사들이 자국 조선소에 발주를 넣으면서 수주량 증가를 이끌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중국이 수주한 선박 248척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14척이 자국 물량이다.
저선가 전략을 바탕으로 2012~2017년 기간 글로벌 선박 수주 1위를 유지했던 중국은 2018년 잠시 한국에 자리를 내줬다가 2019년 다시 1위를 탈환한 바 있다. 그러다 올해 다시 양국 수주 경쟁이 불붙었다.
여기에 중국은 상하이 지역에 조업이 중단된 중소조선소까지 조업 재개를 서두르면서 한국의 글로벌 수주 1위 유지가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조선소가 이미 물량을 대거 확보하면서 슬롯이 부족해지자 중국이 물량공세에 나서고 있다. 한국 조선소 슬롯이 부족해 중국에 물량이 넘어가면서 중국 조선소가 어부지리로 수주하게 된 배경이다. <본보 2021년 5월 15일 참고 中 조선소가 수주에 유리한 이유…"韓 슬롯 포화상태">
실제 한국 조선소의 경우 '빅3'을 비롯한 주요 조선소 슬롯이 오는 2023년까지 대부분 슬롯이 꽉 찬 상태고 2024년 초반 물량도 더 받기 어려운 상태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중국은 일감 확보를 위해 폐조선소 재가동까지 돌입했다. 중국 최대 민영조선소인 양즈장조선(Yangzijiang Shipbuilding)이 장기 폐쇄중인 장쑤 양지창보(Jiangsu Yangzi Changbo)조선소를 재가동하기로 한 것. 이 조선소는 9년 전에 가동을 중단한 곳으로, 수주량 증가로 상반기 중 재가동을 목표로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소들이 슬롯 부족으로 받지 못하는 물량들이 중국으로 대거 넘어가고 있다"며 "슈퍼 사이클이 오고 있지만 선주들이 2024년 이후 인도 물량 발주에 대해서는 주저하고 있어 국내 조선소의 수주량이 중국에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