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가 전반적인 사업 운영과 관련해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는다. 현대자동차그룹과 결별한 이후 집단 소송에 휘말리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EC는 지난달 29일부터 카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에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의 합병을 통한 상장 과정, 사업 운영, 비즈니스 모델, 수익 전략, 고객 계약, 임원의 최근 퇴사, 기타 관련 주제가 모두 포함된다.
카누는 SEC에 제출한 분기실적보고서(Q-10)에서 "SEC는 이번 조사가 법을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의미는 아니며 개인, 그룹 또는 보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도 아니라고 전했다"며 "우리는 요청된 정보를 성실하게 제공하고 SEC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SEC가 카누를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열린 컨퍼런스콜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토니 아킬라 카누 회장은 "SEC로부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밝히면서도 이와 관련한 질문은 모두 거부했다.
카누는 최근 집단 소송, 주요 임원들의 퇴사 등 잇따른 악재로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12월 스팩인 헤네시 캐피탈 에퀴지션(HCAC·Hennessy Capital Acquisition Corp IV)과 합병 계약을 체결한 뒤 나스닥에 상장, 24억 달러(약 2조7000억원) 수준의 시장 가치를 평가받으며 승승장구 했던 모습과 대조된다.
지난달 일부 투자자들은 현대차그룹과의 거래 중단에 따른 책임을 물으며 카누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현지 법무법인들은 다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집단 소송 참여자도 모집하고 있다. <본보 2021년 5월 12일 참고 "현대차와 결별한다고…" 美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 집단소송 휘말려> 카누는 작년 2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공동 개발을 위해 현대차그룹과 파트너십을 체결, 카누의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해 중소형 전기차와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를 개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카누가 돌연 다른 완성차 업체에 기술을 제공하는 대신 직접 전기차를 생산·판매하겠다는 전략을 세우며 파트너십이 결렬됐다.
이어 카누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였던 울리히 크란즈가 퇴사했다. 앞서 폴 바치나스 최고재무책임자(CFO), 앤드류 울프스탄 기업변호사 등 핵심 보직에 있던 인사들도 줄줄이 사임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합병 과정에서 합류한 아킬라 회장이 CEO 자리를 넘겨 받았다. 아킬라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상업용 차량 판매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편 카누는 지난 201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기반으로 설립된 전기차 스타트업이다. 구동 모터와 배터리팩 등을 모두 평평한 모듈에 담은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