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도담 기자] 현대차와 기아의 1~4월 중국 시장점유율이 2.6%에 그쳤다. 한때 중국 시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한국차의 현지 시장 존재감이 미미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20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1~4월 한국계 자동차(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2.6%로 지난해 같은 기간 4.2%에서 1.6%포인트 내렸다.
나 홀로 추락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여파에서 벗어나 올 들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1~4월 승용차 판매량은 679만1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1% 늘었다. 이 기간 중국 현지 브랜드는 282만8000대의 승용차를 판매하며 그 점유율을 지난해 38.2%에서 41.6%까지 끌어올렸다. 미국계 브랜드 역시 8.5%이던 시장점유율을 9.2%까지 높였다. 중국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프랑스계 자동차 역시 그 점유율을 0.3%에서 0.4%로 소폭 늘렸다. 독일계는 24.8%에서 23.1%, 일본계는 22.8%에서 22.0%로 점유율이 소폭 내렸으나 판매량 자체는 큰 폭 증가했다.
현대차·기아는 그러나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의 현지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올 1분기 9만6000대, 기아 합작법인 둥펑위에다기아도 4만9000대로 양사 합산 전년대비 소폭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코로나19발 충격을 고려하면 2017년 우리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한·중 갈등 이후 이어진 내리막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둥펑위에다기아는 자체 집계에서도 올 1분기 중국에서 3만2217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60.7% 줄어든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데 이어 4월 역시 46% 줄어든 1만2500대 판매에 그쳤다.
현대차·기아는 중국 자동차 시장이 팽창하던 2000년대 초부터 고속성장을 이어오며 2016년 한때 합산 179만대를 판매하며 두 자릿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랬던 현대차·기아가 불과 5년 만에 존재감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도 이 같은 하락세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4월15일 진행한 중국 전략 발표회 '라이징 어게인, 포 차이나' 행사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기아는 이 자리에서 중국 정부 정책에 발맞춰 전기차와 수소차 신모델 출시를 늘리고 연구개발 등 부문의 현지화를 강화겠다는 재도약 전략을 발표했다. 기아의 경우 올 3월 둥펑위에다기아 총경리 자리에 그룹에서 손꼽히는 마케팅 전문가 류창승 전 현대차중국투자유한공사(HMGC) 브랜드전략실장으로 교체하며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단기간 내 반등은 어려우리란 게 현지 업계의 시각이다. 사드 갈등을 비롯한 대외적 악재와 맞물려 중국 현지 브랜드가 현대차·기아가 선점해오던 중저가 자동차 시장에서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의 주력 신차가 더 이상 먹히고 있지 않은데다 반전 카드인 전기차·수소차 역시 아직 시장이 크지 않은데다 그 반응이 만족스럽다고 하긴 어렵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 등으로 현대차·기아의 지난달 유럽시장 판매량은 전년대비 317.3% 급증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4월 유럽시장에서 전년대비 317.3% 증가한 7만8495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4월 대비 295.3% 증가한 3만6087대, 기아는 338.2% 늘어난 4만2408대를 팔았다. 4월 유럽시장 전체 판매량은 총 103만9810대로 전년대비 255.9%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15만994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7.1% 증가한 수치이며, 월별 미국 판매량이 15만대를 넘긴 것은 처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