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화물 운송량 급증에 힘입어 규모를 확장한다. 20조원을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의 투자로 급격히 늘어날 물량에 선제 대응하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오스틴 버그스트롬 국제 공항은 2330만 달러(약 263억7560만원)을 투자해 9만 평방피트(약 8361㎡)의 화물기 전용 시설을 구축한다. 보잉767 여객기 3대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올 여름 착공해 내년 9월 완공이 목표다.
무기 파텔 오스틴 국제 공항 비즈니스 및 재무 책임자는 "화물 수송량이 매우 크게 증가해 왔고 기업들은 계속해서 더 많은 공간을 요구해 왔다"며 "증설 완료에 앞서 이미 대기자 명단도 만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오스틴 공항이 확장을 결정한 데는 삼성전자의 현지 투자 소식이 주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항공화물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공장(팹) 구축 초기 셋업 단계에서 장비부터 부품 및 원자재를 조달하고 전 세계로 완제품을 공급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팹 건설에 착수하면 증가하게 될 화물 수송량을 고려했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20조원을 쏟아 오스틴에 해외 첫 극자외선(EUV) 파운드리(위탁생산) 라인을 증설한다. 올 3분기께 착공해 2024년 가동이 목표다. 신규 팹에서는 삼성전자가 양산 가능한 가장 앞선 기술인 5나노미터(nm) 공정 라인을 세울 계획이다. 현재 오스틴 팹은 14나노 공정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오스틴 공장 인근 부지를 매입하며 증설을 추진해왔다. 당국과 인센티브 등 지원 문제를 논의하느라 최종 의사 결정이 미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 정책을 내세워 삼성전자를 전방위로 압박한 점이 최종 결정에 방아쇠를 당겼다.
이미 신규 팹과 설비 구축에 필요한 인력을 파견하는 등 증설 작업에도 착수했다. 오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공식 투자 발표만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