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미국 국방부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상쇄하려면 한국과 일본에서 건조한 군함을 사들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과 일본의 조선소가 미국 군함의 절반 가격에 건조하고,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공정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군함을 건조해 미·중 패권경쟁에서의 해군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주장이다.
18일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클리어디펜스(realcleardefense.com)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조선소의 45~50%를 점유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1% 미만이다. 이에 미국 조선업체들이 중국 조선업을 따라잡기 위해 한국과 일본에 선박 건조를 주문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조선 생산성은 지난 1980년대 중반 이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미 상무부가 지난 2021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조선소는 선박 건조와 설계, 조선소 레이아웃, 제품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외국 조선소에 비해 뒤쳐져 있다.
전문 기술도 잃었다. 군함은 항공기나 우주선과 같은 종류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첨단 기술 산업이고 고도로 훈련되고 전문화된 직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은 인력 부족과 노후한 시설 등으로 건조 비용이 비싸고, 건조 기간도 길다.
실제로 미국 대표적인 방산업체인 제너럴다이나믹스의 자회사인 나스코 조선소의 비용 초과 문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미 해군이 미국 핀칸티에리 마린 그룹에 새로운 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 건조를 의뢰하려 했지만 예상 비용이 넘어서 중단한 바 있다.
2020년 말 당시 미국 의회 예산국이 내린 호위함 10척의 건조 비용은 최소 123억 달러(약 15조 55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해군의 초기 추정치보다 약 40% 더 많은 금액이다.
이후 미국 오스탈(Austal)에서 척당 3억 6000만 달러(약 4550억원)에 함정을 건조했지만, 유지보수 비용이 너무 비싸고 추진력 문제와 선체 균열 및 부식이 발생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 조선업체들은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군함의 절반 가격으로 군함을 건조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해도 한국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과 이마바리조선 등은 군함 건조 시 모듈식 구조, 로봇 공학, AI, 자동화 공정 등을 광범위하게 활용한다.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경쟁 속에서 해양 주도권 유지를 위해 함대 증강 계획을 추진 중이다. 조선소 건조 능력 부족 등으로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이 절실하지만 '존스법(Jones Act)'이 발목을 잡는다. 미국은 안보 우려 및 자국 조선산업 보호 등을 이유로 외국에서 건조한 함정을 구매하거나 해외에서 함정을 건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해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 법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신속한 미 해군력 건설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한국과 일본 조선소에서 제조와 생산 프로그램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 해군도 현재 자국 내 정비 적체를 줄이기 위해 일본의 민간 조선소를 이용해 군함을 유지, 수리 및 정비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군함 아웃소싱은 한국과 싱가포르, 필리핀으로 확대될 수 있다.
한국 조선산업 기술력에 대한 평가는 좋다. 블레이크 허징어 호주 미국연구센터 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의 전함은 충분히 중국 전함을 상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위험 부담은 있다. 한국과 일본에 군함 건조 의뢰시 민감한 기술과 지적 재산을 이전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중국과의 정치적, 경제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기술 스파이와 절도에 민감하다.
미 국방부는 2045년까지 350척으로 함정을 늘릴 예정이다. 현재 미 해군 함정이 300척 미만, 중국 해군 함정이 340척인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