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HD현대일렉트릭의 캐나다 핵심 거래선이 반덤핑 관세가 부당하다며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5년여 간의 법적 분쟁 끝에 패소했다. 캐나다에서는 관세 일체를 수입사가 지불하므로 HD현대일렉트릭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해당 파트너사는 과거 불거진 적정 관세 논란을 뒤집지 못하고 재정 부담을 떠안게 됐다.
7일 캐나다 연방항소법원(FCA)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달 2일(현지시간) 레밍턴세일즈가 캐나다 국제무역재판소(CITT)의 판결에 불복해 지난 2022년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고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상고 기회가 남았지만 FCA와 CITT 모두 피고인 캐나다 국경관리청(CBSA) 손을 들어준 만큼 판도를 뒤집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레밍턴세일즈는 HD현대일렉트릭의 현지 수입사다.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제품은 HD현대중공업에서 지난 2017년 분사한 HD현대일렉트릭이 생산하는 대형 변압기다. 분사 전인 2016~2018년 수입된 변압기가 쟁점으로 떠오른데다 HD현대중공업 시절부터 거래를 이어온 곳인 만큼 사업체명을 HD현대일렉트릭으로 변경하지 않고 사용 중이다.
법적 분쟁은 레밍턴세일즈가 지난 2020년 CITT에 CBSA의 반덤핑 관세가 부당하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시작됐다. CBSA는 지난 2018년 규제 대상인 HD현대일렉트릭의 대형 변압기에 적용되는 정상가격(Normal Value)와 수출가격(Export Price)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긴급 심사에 착수했다. 2016년 11월 1일부터 2018년 10월 31일 수입된 제품이 대상이었다. 이듬해 CBSA는 책정된 가격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2년 내 판매된 덤핑 물품에 대해 관세를 소급 적용한다고 통보했다. 레밍턴세일즈는 2019년 당국의 지침에 따라 추가로 부과된 관세를 완납했다.
CBSA는 HD현대일렉트릭이 변압기 수입을 담당한 레밍턴세일즈와 특수 관계에 있다고 판단하고 양사를 목적상 특수관계인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HD현대일렉트릭이 지정한 변압기 가격에 신뢰성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레밍턴세일즈와 HD현대일렉트릭이 담합해 정상가격보다 낮은 수출가격을 책정, 덤핑을 감행했다고 본 것이다.
레밍턴세일즈는 CBSA의 재심의 결정이 불합리하다며 CITT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반려됐다. 이어 FCA에도 항소를 제기했으나 돌아온 것은 CBSA의 수출가격 평가 방법론에 대한 CITT와 FCA 간 이견 차이 뿐이었다. CITT는 수학적 계산 뿐만 아니라 경제적 상황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 평가해야 한다며 환송, CBSA에 관세를 재검토를 요구했다. 반면 FCA는 CITT의 결정을 뒤집고 SIMA의 본질적인 성격이 정량적이기 때문에 CBSA의 평가 방식이 옳다고 판결했다.
한편 캐나다는 지난 2012년부터 한국산 대형 변압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고압 송전·배전 시스템에서 전압을 높이는데 사용되는 60메가볼트암페어(MVA) 이상의 전력을 가진 변압기가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