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루닛,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유방암 검진 단독 수주 논란

2026.05.08 07:24:14

"외국 외주 역량 의존성 만들어" vs "루닛 외 호주 업체 중 대안 없어"
이미 완료한 계약 변동 가능성 없어…중장기 현지 시장 확장 경고등

[더구루=김현수 기자]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Lunit)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유방암 검진 프로그램을 단독 수주한 것과 관련해 현지 당국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앤드루 헨리 조지 찰턴(Andrew Henry George Charlton) 호주 과학·기술·디지털경제 차관보가 한국산 AI 도입을 정면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NSW 보건부는 대안이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루닛이 이미 완료한 계약이 흔들릴 가능성은 적지만, 중장기적인 현지 시장 확장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호주 산업·과학·자원부 장관실은 지난 1일(현지시간) 찰턴 차관보가 시드니 공과대학교(UTS)에서 강연한 연설문 전문을 공개했다. 연설문에 따르면 찰턴 차관보는 NSW 당국이 한국 기업 루닛의 암 탐지 소프트웨어 '인사이트(Insight)'를 도입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그는 연설에서 NSW유방암검진서비스(BSNSW)가 호주산 유방암 검진 AI 프로그램인 ‘BRAIx’ 대신 루닛을 선택한 이유를 따져 물었다. 그는 "한국 제품에 설득력 있는 기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외국 업체에 외주를 맡긴다면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역량 의존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전문성이 공동화될 수 있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데이터를 타국에 넘기는 위험이 있으며, 호주가 수출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NSW 보건부 산하 암 연구소(Cancer Institute NSW)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트레이시 오브라이언(Tracey O'Brien) 소장은 "BSNSW가 조달을 진행할 당시를 포함해 현재도 (루닛 외) 공공 검진 프로그램에 활용 가능한 치료용품청(TGA) 승인 호주산 상용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또 "BSNSW 스캔 데이터는 철저히 익명 처리·암호화되며 NSW 외부로 식별 가능한 데이터는 일절 전송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제품은 유방촬영(mammography) 영상을 AI로 분석해 방사선사의 판독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 루닛 인사이트 MMG(Lunit INSIGHT MMG)다. 루닛은 지난 2022년 11월 BSNSW와 MMG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가 단위 암 검진 기관이 AI를 도입한 전 세계 첫 사례다. 계약 후 3단계 검증을 거쳐 지난 2024년 12월 정식 운영에 돌입했으며, 현재 연간 약 3만 1000건의 유방촬영 판독을 보조하고 있다. 정식 운영 단계가 완료되면 루닛은 BSNSW와 5년 운영 계약을 추가로 체결하게 되며 최대 10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 같은 추가 연장 사항은 기존 계약에 명시됐으며 사실상 확정된 내용이다. 다만 찰턴 차관보의 발언이 빅토리아·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등 다른 주 유방암검진서비스 기관이 향후 AI 도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연방 차관보가 주 정부 소관 조달 계약을 직접 뒤집을 권한이 없으며, NSW 보건부가 즉각 공개 반박에 나서며 명분도 차단했기 때문에 계약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다만 호주 연방 정부가 '호주산 AI 우선' 기조를 공식화하는 상황에서 루닛의 현지 시장 추가 확장 전략에 변수가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호주 연방 정부는 자국 AI 산업 육성을 공식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연방 정부는 국가 AI 계획(National AI Plan) 수립과 함께 4억 6000만 호주달러(약 42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등 자국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현수 기자 mak@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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