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수현 기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글로벌 알루미늄 공급의 핵심 축인 카타르의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군사적 충돌로 에너지 인프라와 생산 시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데다 해상 물류 경로까지 막히면서 글로벌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폭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10일 코트라에 따르면, 이란발 군사 공격으로 카타르 라스라판 및 메사이드 산업단지의 주요 에너지 시설이 타격을 입었다. 카타르에너지는 지난 3월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을 중단했으며, 곧바로 전력 의존도가 높은 알루미늄 제련 공정의 중단으로 이어졌다.
카타르 알루미늄 산업의 심장부인 카타룸(Qatalum)은 연간 65만 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가진 글로벌 상위권 제련소다. 특히 이곳은 자체 가스발전소를 가동해 전력을 조달하는 ‘에너지-금속 통합형’ 구조를 갖췄다. 이 때문에 가스 공급 차질은 곧바로 알루미늄 공급 감소를 의미한다.
실제로 공급망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지난 3월 런던금속거래소(LME) 등에서 알루미늄 가격은 톤당 3500달러(약 513만원) 까지 치솟기도 했다.
생산 차질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물류다. 카타르 알루미늄은 기존 메사이드항을 통한 직접 수출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돼 왔으나 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과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젯다항을 활용한 우회 수출이 검토·활용되고 있다. 이 경우 약 1300~1500km의 내륙 운송이 추가돼 제품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소 3~5일 늘어나고 물류비용 상승도 불가피하다.
이번 사태는 국내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한국의 카타르산 알루미늄 수입액은 지난해 기준 2억5700만 달러(약 3770억원)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전체 수입 시장 내 점유율도 2024년 5.6%에서 2025년 6.3%로 상승하며 카타르는 중동 내 핵심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특히 한국은 보크사이트 등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하기보다 잉곳(원기둥 모양의 괴) 형태의 알루미늄을 직접 수입하는 비중이 높다. 카타르와 같은 주요 생산국의 가동 중단이 자동차, 건설, 전력 등 국내 주요 산업의 원가 상승과 생산 지연으로 직결될 수 있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난 만큼, 수입선 다변화와 재활용 알루미늄 활용 확대 등 리스크 분산 전략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트라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될 가능성을 고려해, 단일 공급망이 아닌 복수 경로 기반의 공급망 운영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