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현수 기자] "노동자가 회사 성과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최근 협상의 방향은 ‘함께 성장하자’에서 ‘내가 갖지 못하면 다른 사람도 못 갖도록 하겠다’는 쪽으로 이동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강원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겸 주주행동연구원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한 삼성그룹 노조의 파업으로 국가 단위의 손실을 두고 한 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파업으로 인한 손실 규모만 수천억원, 삼성그룹 전체로 보면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가적 손실, 나아가 바이오업계에서는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한 파업이라는 점에서 국민과 주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고 강 교수는 지적했다.
주주행동연구원은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각계 전문가를 초빙해 ‘주주 관점에서 본 최근의 파업 이슈 : 삼성그룹 사례를 중심으로’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경영계와 노동계, 법학계 전문가 6명이 고견을 주고 받았다.
6인의 전문가 의견이 일치한 지점은 명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최근 삼성그룹의 파업은 '상생'이 보이지 않다고 우려했다.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다면 다 같이 죽어도 좋다"는 식의 이기적 태도라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 전문가인 이승길 한국ILO협회 회장은 "수천억원, 수십조원, 많게는 100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말이 나오는 데도 이런 숫자에 대해 무감각해진 것 같다"면서 "개별 근로자들이 적지 않은 급여인 상태에서도 이렇게 (파업으로) 요구하는 부분들이 지금 정상적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의 특수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강승훈 인하대학교 바이오제약공학과 교수는 "저품질 반도체로 사용자 건강이 위해를 입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저품질 의약품이 생산될 경우 환자는 최대 사망에 이를 정도로 그 심각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파업에 따른 제조공정 불연속은 저품질 바이오의약품 생산으로 이어지며, 글로벌 위탁사의 신뢰를 잃어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파업은 단순한 노사 갈등이 아니라 환자 생명을 담보로 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주주와 기업 성장 발목을 잡는 일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정무권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산업 특유의 구조로 인해 배당 성향이 높지 않다"면서 "대규모 설비 투자와 생산능력 확대, 연구개발(R&D) 등에 재원을 우선 분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들은 단기 배당을 희생하면서 미래 기업가치와 장기적 주가 상승 가능성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영업 이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으로 근로자에게 이전할 경우 기업가치 훼손과 투자 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강승훈 교수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위탁생산 전문 기업에 신뢰와 납기 준수는 비즈니스의 근간"이라며 "글로벌 빅파마들이 자사 핵심 자산인 의약품 생산을 맡기는 이유는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잦은 노사 분쟁으로 공급 중단이 일상화된 위탁생산 업체에는 어떤 제약사도 의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지부는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창사 이래 첫 전면 파업을 단행했다. 사측은 이번 파업으로 약 1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5일 총파업 종료 후에는 연장·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으로 전환했다. 8일 고용노동부 중재 노사정 대화에서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비공개 대화 체제로 전환했다. 2차 총파업은 일단 유보된 상태로 협상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노조 측 인사에 의해 회사 언론 협찬·광고 집행 내역이 담긴 내부 데이터가 외부로 무단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측이 해당 노조 간부를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등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평균 14% 수준의 임금 인상과 임직원 1인당 3000만원의 격려금 지급,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신규 채용·인사고과·인수합병(M&A) 등 핵심 경영사안에 대한 노조 사전 동의 의결권 명문화까지 단체협약에 포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