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 한지붕 두가족 ㊤] 바이오팜 웃고 바이오사이언스 울었다

2026.06.13 06:00:00

희비 갈린 사촌경영…바이오팜 '실적 껑충' vs 바사 '최대 적자'
최태원 뚝심 통했다…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폭발적 질주
'투자 몸살' 앓는 최창원…송도 이전·임상비·獨 IDT 367억 베팅

 

[더구루=김현수 기자]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인 SK그룹과 SK디스커버리가 그룹의 미래를 걸고 추진 중인 바이오 사업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 간판 아래 사실상 독립 경영을 해온 사촌 형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바이오 전략이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와 역대급 적자라는 결과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의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한 신약의 글로벌 판매 호조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쓰며 결실을 맺은 반면, 최창원 부회장의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M&A 후속 투자와 R&D 비용이 집중되며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 비슷한 시기 상장해 줄곧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온 두 회사의 희비가 단숨에 갈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두 회사의 성적표는 희비를 갈랐다.

 

SK바이오팜은 매출 2279억 원, 영업이익 898억 원으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판관비 효율화와 매출 증가가 맞물리면서 분기 영업이익률이 무려 39%에 달했다.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소폭(9.1%)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이 지난해 1분기(151억 원)보다 세 배 가까이 늘어난 445억 원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으로 창사 이래 가장 깊은 적자의 늪에 빠졌다. 

 

 

SK바이오팜의 비상은 최태원 회장이 장기간 공을 들여온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가 미국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덕분이다.

 

1분기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4% 급증한 1977억 원에 달했다. SK바이오팜 전체 매출의 87%를 단 하나의 신약이 책임진 셈이다. 미국 현지 처방 네트워크가 촘촘해지고 신규 환자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매출 증가가 고스란히 이익으로 직결되는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2020년 7월 상장 이후 오랜 기간 적자를 감내해 온 SK바이오팜은 지난해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완연한 '수확기'에 접어들었다.

 

다만 원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매출 구조는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에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가 벌어들인 캐시카우를 활용해 방사성의약품(RPT)과 표적단백질분해(TPD) 등 차세대 차세대 항암 신약(SKL35501 등) 파이프라인 구축에 속도를 내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SK바이오팜는 미국 내 처방 건수(TRx) 증가와 판매관리비 효율화를 통한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이번 호실적을 이끈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글로벌 빅 바이오텍으로 도약하기 위해 신규 모달리티(Modality) 연구개발을 가속화하고 전방위적인 밸류체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며 "지속적인 매출 및 이익 상승을 기반으로 항암 등 신규 시장으로의 확장을 적극적으로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창원 부회장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성장통을 앓고 있다. 2021년 상장 직후 코로나19 백신 특수로 영업이익 4742억 원을 올리며 화려한 시절을 보냈으나, 엔데믹 전환 이후 백신 특수가 사라지며 실적이 뒷걸음질 치는 모양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1분기 적자를 '부실'이 아닌 '체질 개선을 위한 선제적 투자'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회사의 1분기 R&D 비용은 596억 원으로 전년 동기(273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실제 영업손실 445억 원 중 기존 사업 손실은 78억 원에 불과하며, 나머지 367억 원은 미래 성장 투자비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본사 및 연구소의 송도 글로벌 R&PD 센터 이전 비용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백신(PCV21) 글로벌 임상 3상 비용 △2024년 인수한 독일 백신·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IDT 바이오로기카'의 가동률 상승 및 효율화 투자 비용 등이 일시에 겹치며 손익을 압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본사 및 연구소의 송도 글로벌 R&PD 센터 이전과 폐렴구균 백신 임상 본격화 등 연구개발 비용 증가가 반영된 결과"라며 "여기에 IDT의 운영 효율 개선을 위한 투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로타바이러스 백신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파트너십을 넓히며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다만 계약 체결부터 실제 생산 및 납품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CDMO 사업의 구조적 특성상, 최창원 부회장의 투자가 눈에 보이는 결실로 돌아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사촌 형제의 확연히 다른 바이오 독자 노선이 향후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현수 기자 mak@theguru.co.kr
Copyright © 2019 THE GURU. All rights reserved.




발행소: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81 한마루빌딩 4층 | 등록번호 : 서울 아 05006 | 등록일 : 2018-03-06 | 발행일 : 2018-03-06 대표전화 : 02-6094-1236 | 팩스 : 02-6094-1237 | 제호 : 더구루(THE GURU) | 발행인·편집인 : 윤정남 THE GURU 모든 콘텐츠(영상·기사·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THE GURU.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heaclip@thegur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