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북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으로 전력 기자재 공급 대란이 깊어지고 있다. 전압 변압기 납기가 수년 이상 늦어지고 초고압 차단기는 대기 기간이 100주를 넘어섰다. 미국 데이터센터 용량이 2030년 110GW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며 한국 전력기기 업체의 북미향 수주 랠리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10일 글로벌 컨설팅 업체 우드매킨지에 따르면 AI 인프라 구축이 가속화되면서 미국 내 전력 기자재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고전압 변압기의 리드타임(주문 후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2020년과 2021년 1년에서 현재 수년으로 늘었다.
우드매킨지의 벤 부셰(Ben Boucher) 공급망 수석 애널리스트는 발전용 승압 변압기의 납기가 2024년 평균 143주에서 2026년 1분기 160주 이상으로, 초고압 차단기가 2023년 77주에서 2025년 하반기 125주로 길어졌다고 분석했다.
부셰 애널리스트는 "디벨로퍼들이 시장 출시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전력기기 가용성이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형 변압기가 가장 심각한 부족 현상을 겪는 가운데 차단기·개폐기와 같은 기자재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장비 공급난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전력 기자재의 조달 지연은 데이터센터 수요를 충족하고 치솟는 전력 가격을 잡고자 공급을 확대하려는 전력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 규제 당국은 공급 지연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전력망 운영사와 대규모 에너지 사용자를 신속히 연결할 새 프로토콜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우드매킨지는 미국 데이터센터 용량이 약 24GW에서 2030년 110GW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보다 8배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면서 전력 기자재 시장에서 데이터센터 비중이 2020년 2% 이하에서 향후 40%까지 늘 전망이다.
미국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국내 전력 기자재 기업들의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 북미 변압기 시장 선두인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올해 수주 목표를 51억8500만달러(약 7조8000억원)로 22.8% 상향 조정했다. 1분기 수주는 117억9700만 달러(약 2조7900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34.6% 증가했다. 내년 4월 미국 앨라배마 2공장 준공으로 북미 수주는 더욱 늘 것으로 기대된다.
효성중공업은 1분기 4조1745억원 규모 신규 수주로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초에는 미국 유력 송전망 운영사와 약 7870억원 규모의 765kV 초고압변압기·리액터 등 전력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창사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수주를 따냈다. LS일렉트릭도 올해 2분기 신규 수주가 2조원을 넘어서고 연간 수주액이 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타주 MCM엔지니어링II와 미국 텍사스 배스트럽 캠퍼스를 양대 생산 거점으로 삼아 북미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