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가 캐나다와의 원자력 협력 수위를 한층 더 높이며 차세대 에너지 시장 ‘빅딜’을 노린다. 최근 캐나다 차기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 K-방산이 고배를 마시며 대형 프로젝트 수출의 구조적 한계를 절감했으나, 양국은 50년간 다져온 원자력 신뢰를 지렛대 삼아 글로벌 에너지 안보 패권을 다시 쥐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히 기술을 주고받는 수준을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 급증하는 청정에너지 수요를 선제적으로 장악하려는 에너지 동맹 강화 행보로 풀이된다.
14일 필립 라포르툰(Philippe Lafortune) 주한 캐나다 대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 게시글에 따르면 라포르툰 대사는 최근 서울에서 △모라 맥도날드(Maura McDonald) 캔두 에너지(Candu Energy) 부사장 △제러미 트루브리지(Jeremy Truebridge) 앳킨스레알리스(AtkinsRéalis) 수석 부사장 등 캐나다 주요 에너지 기업 경영진과 함께 월성원자력발전소와 두산에너빌리티 사업장을 연이어 방문했다.
캐나다 에너지 대표단은 지난 50년간 이어져 온 양국의 원자력 파트너십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향후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특히 이번 행보는 최근 방산 분야에서 드러난 나토(NATO) 동맹의 결속력과 같은 구조적 장벽을 실감한 이후, 원자력 분야에서부터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양국의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원자력 협력이 향후 국내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고도화된 수출 전략’의 모델이 돼야 한다고 분석한다. 지난 5월 한화오션이 앳킨스레알리스와 잠수함 사업 협력을 위한 기술협약(TA)을 체결하며 원전과 방산을 아우르는 연대를 꾀했음에도 수주에 실패한 것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선 유지·보수(MRO) 역량과 지정학적 동맹 리스크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최근 원전 업계에서는 월성원전을 단순한 전력 생산 시설을 넘어, 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탈탄소와 청정수소 생산까지 뒷받침하는 핵심 전략 자산으로 재평가하려는 기류가 강하다. 원천 기술을 보유한 캐나다 측 역시 한국의 원전 인프라와 제조 역량을 결합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양국이 새로운 에너지 안보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원전 협력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기자재 제조 역량과 한수원의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단순 납품을 넘어 장기적인 유지·보수·정비(MRO)와 공급망을 보장하는 ‘패키지형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협의를 통해 지난 50년간 다져온 원자력 협력 기반을 재확인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급증하는 청정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했다. 캐나다와의 기술 협력 강화를 통해 기존 원전의 안정적 운영은 물론, 향후 확대될 청정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양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캐나다는 세계적인 원전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로,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은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동력이 될 전망이다. 방산 수출 조직과 의사결정 체계의 근본적인 혁신 없이는 제2, 제3의 실패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음 속에서, 원자력 분야의 이번 밀착 행보는 K-산업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전략적 좌표를 제시하고 있다. 양국이 공유하는 ‘멈추지 않는 성장’과 ‘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비전이 향후 구체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어떻게 발현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