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변수지 기자] 자산운용사들이 AI 반도체 투자축을 GPU에서 CPU·메모리로 넓히고 있다. 추론형 AI 확산으로 연산 조율과 데이터 처리·저장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4일 ‘KODEX 미국CPU반도체TOP10’ ETF를 신규 상장했다. ARM과 AMD, 인텔 등 글로벌 CPU 선도 기업과 관련 밸류체인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세 기업에 전체 포트폴리오의 75% 이상을 배분한다.
AI 산업은 그동안 대규모 연산을 수행하는 GPU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AI가 이용자의 지시를 판단해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 단계로 발전하면서 GPU에 연산을 배분하고 시스템 전반을 관리하는 CPU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고성능 CPU 확보 경쟁이 심화하면서 관련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해당 ETF는 ARM과 AMD, 인텔을 각각 약 25%씩 담아 CPU 핵심 기업에 대한 투자 집중도를 높였다.
기초지수는 ‘Indxx US CPU Semiconductor TOP10’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보통주와 주식예탁증서 가운데 시가총액 100억 달러 이상, 최근 3개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 1000만 달러 이상인 기업을 선별해 총 10개 종목을 편입한다.
주요 편입 종목은 ARM과 AMD, 인텔을 비롯해 퀄컴, 마벨테크놀로지, 나비타스반도체, 케이던스디자인시스템즈, ASE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다. CPU 설계부터 반도체 제조·패키징까지 관련 생태계 전반을 담는다.
김천흥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전체 시스템을 조율하고 데이터와 작업 흐름을 통제하는 CPU의 비중이 한층 커질 것”이라며 “이를 선점하기 위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은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에 투자하는 ‘PLUS SK하이닉스샌디스크채권혼합50’ ETF를 상장했다. 두 기업을 각각 25%씩 편입하고 나머지 50%는 국고채 9개 종목에 투자한다.
SK하이닉스는 HBM과 D램, 샌디스크는 낸드플래시와 기업용 SSD에 주력한다. 두 회사 모두 메모리 업황을 직접 반영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게 한화자산운용의 설명이다.
한화자산운용은 추론형 AI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의 병목이 GPU뿐 아니라 HBM과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저장장치로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AI 학습 단계에서는 GPU 확보가 중요했다면 추론 수요가 늘수록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저장하는 고성능 메모리와 기업용 저장장치의 필요성도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고채를 50% 편입해 반도체주 투자에 따른 변동성을 낮춘 점도 특징이다. 해당 ETF는 퇴직연금 감독 규정상 비위험자산으로 분류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 계좌에서 위험자산 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위험자산 한도를 이미 채운 퇴직연금 투자자도 해당 상품을 통해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에 추가로 투자할 수 있다. 연금계좌에서 투자하면 과세이연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향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 저율과세가 적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