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화오션, 칠레 '극지 조선 거점' 육성 구상…잠수함 넘어 MRO·공급망까지

2026.08.10 14:32:52

ASMAR 등과 설계·건조·유지보수 역량 강화…현지 조선 생태계 구축
세계 최초 LNG 쇄빙선 15척 건조 경험 앞세워 남극·극지 사업 협력 모색
단순 함정 수주 넘어 남극 인프라·MRO·공급망 아우르는 장기 파트너십

 

[더구루=김예지 기자] 한화오션이 칠레의 조선산업을 남극·극지 해양산업의 거점으로 발전시키는 구상을 내놨다. 칠레 국영 조선소 ASMAR를 중심으로 잠수함·호위함 등 함정 건조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쇄빙선과 특수선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단순 함정 수출을 넘어 현지 설계·건조·유지보수와 공급망을 아우르는 장기 조선산업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10일 스페인 군사전문매체 Defensa.com에 따르면 박성우 한화오션 해외사업단 상무는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칠레 조선산업 역량 강화를 위해 ASMAR를 비롯해 현지 조선소와 대학·연구기관·산업계 파트너들과 장기적인 협력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화오션의 제안은 칠레와 협력해 건조된 해군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구상은 칠레 해군 함정 사업을 넘어 남극·극지 해양산업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칠레는 남극으로 향하는 관문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다. 한화오션은 한국이 보유한 쇄빙선·극지선 건조 경험과 칠레의 조선 인프라를 결합할 수 있는 협력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화오션은 특히 쇄빙선 분야에서 칠레와의 협력 가능성을 강조했다. 칠레는 ASMAR 탈카우아노 조선소에서 1만500t급 쇄빙선 AGB-46 '알미란테 비엘'을 건조해 지난 2024년 취역시켰다. 이는 남미에서 건조된 가장 큰 쇄빙선으로, 칠레의 극지 선박 자체 건조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한화오션은 거제 조선소에서 세계 최초의 LNG 쇄빙선 15척을 건조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선박은 북극권에서 연중 운항할 수 있으며 선미 방향으로 운항해 2m가 넘는 두께의 얼음을 깨고 운항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박 상무는 "한화오션은 세계 최초의 쇄빙 LNG 운반선을 건조한 독보적 기술력을 갖고 있다"며 "칠레가 이미 극지방 해역을 위한 자체 선박 건조 능력을 입증한 만큼, 해당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화오션은 ASMAR를 남미 지역의 유지·보수·정비(MRO) 및 물류 허브로 육성하는 방안도 장기 협력의 한 축으로 제시한 바 있다. 남극 연구선과 특수선 등이 칠레를 거쳐 극지 해역으로 이동하는 지리적 특성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함정 사업에서는 지난 1980년대 취역해 40년 이상 노후화된 칠레 해군의 209급 잠수함(SS-20 톰슨, SS-21 심슨) 교체 사업을 겨냥해 중형 잠수함 '오션(Ocean) 2000'을 제안하고 있다. 호위함 사업에서는 한국 해군 FFX 사업을 기반으로 한 4000t급 플랫폼을 제안하며 칠레 해군의 요구사항에 맞춘 공동설계를 제안했다.

 

현지화 전략도 구체적이다. 박 상무는 "한화의 제안은 완성된 도면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닌 공동 설계 방식"이라며 "칠레 엔지니어들이 초기 단계부터 설계팀에 직접 통합돼 기술을 축적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엔지니어의 지원 아래 현지 근로자가 선박 블록을 조립하는 단계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작업 범위와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식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칠레 중소기업을 한화오션의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현지 업체를 발굴해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장기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한화오션은 이러한 현지화 전략이 칠레의 '국가 조선산업 정책 2025~2040'과도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단발성 선박 건조를 넘어 지속적인 건조 체계와 인력·공급망·설계 역량을 현지에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박 상무는 "이번 현지화 전략은 단발성 수주를 넘어 칠레의 지속 가능한 조선 생태계를 남기는 것이 핵심"이라며 "향후 10~15년 뒤 칠레가 자체 설계 역량을 갖춘 조선소를 확보하고 남미와 남극 지역을 대상으로 MRO 사업까지 수행하는 글로벌 조선 거점으로 성장하는 비전을 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극 및 핵심 광물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도 언급됐다. 한국과 칠레 모두 남극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데다, 칠레는 세계적인 리튬 생산국이며 한화오션의 잠수함에는 리튬이온 배터리 시스템이 적용된다. 한화오션은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과 관련해 양국 간 협력 가능성을 함께 짚었다.

 

한화오션은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인프라 지원 범위는 향후 사업 요구사항과 칠레 정부 및 현지 파트너들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해군 함정뿐 아니라 상선과 특수선까지 아우르는 현지 조선 생태계를 구축해 한국과 칠레 간 해양산업 협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예지 기자 yeletzi_0418@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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