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환 기자] 중국이 28조 달러(약 4경)에 달하는 자본시장을 기반으로 AI 분야에서 미국을 추격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전략 산업 자금 조달의 주요 경로를 바꾸고 있다"며 "지난달 상장한 창신메모리(CXMT)가 이러한 변화의 시작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CXMT는 지난달 상하이 증시에서 거래를 시작한 직후 몇 시간 만에 500% 이상 급등하며, 중국공상은행(ICBC)을 제치고 단숨에 중국 본토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이 회사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98억 달러(약 13조9000억원)를 조달했다.
CXMT는 중국 정부가 핵심 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신설한 사전심사 제도를 통해 상장한 최초의 기업이다. IPO 신청부터 상장까지 8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중국 기업은 보통 증시 상장까지 수년이 걸렸다.
블룸버그는 "이번 성과는 28조 달러 규모의 중국 자본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정책의 결실"이라며 "중국은 전략적 기업의 IPO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방식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7월 기술주가 폭락했을 때 중국 당국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개입해 투자 심리를 회복시켰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집계 결과 중국 기술 기업은 지난 2년간 IPO와 채권 발행을 통해 2170억 달러(약 307조9000억원)를 조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기술 기업이 조달한 액수(1조4000억 달러) 대비 6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그동안 정부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국가 투자에 주로 의존해 왔고 자본시장은 산업정책 도구로 거의 쓰이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제 방향을 바꾸면서 중국 기업들도 26조 달러(약 3경6770조원) 규모의 가계 저축을 비롯해 엄청난 자금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비야디(BYD)가 주도하는 전기차 분야에서 국가 지원과 제조 역량을 결합해 세계 최강 산업을 만든 전례가 있다. 다만 AI 분야는 미국이 최첨단 칩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어 더 어려운 분야로 평가된다.
'칩 전쟁: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을 둘러싼 싸움'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지난 몇 년간 미국 기업의 경우 자본 접근성이 향상됐지만,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면서 "중국 기업이 자본 접근성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확보한다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투자자들도 정부 정책에 호응하면서 투자 자금이 부동산·소비재에서 반도체 등 첨단 기술주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문샷 AI, 딥시크 등 많은 기술 기업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홍콩 로터스자산운용은 "미국에서는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기업이 AI 구축 자금의 상당 부분을 사실상 지원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우 국가 지원이 없다면 결국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채권 시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녹색 및 기술 중심 채권 발행을 장려하고, 은행과 투자자들에게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올들어 중국 기술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 규모는 380억 달러(약 54조원)로 2016년 이후 가장 많다. 다만 같은 기간 미국 기술 기업의 채권 발행액 5780억 달러와 비교하면 7% 수준에 불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