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변수지 기자] AI 인프라 투자 확대 속에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광모듈 시장의 핵심 공급처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10대 광모듈 업체 중 7곳이 중국 기업으로, 고속 제품 시장에서도 우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15일 중국전문가포럼(CSF)은 시장조사업체 라이트카운팅을 인용해 "세계 광모듈 시장이 올해 전년 대비 6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2031년에는 약 600억 달러(약 85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광모듈은 서버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스위치를 연결해 전기 신호와 광 신호를 상호 변환하는 부품이다. 생성형 AI와 대형 모델의 학습·추론 수요가 늘면서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급증하자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으로 떠올랐다.
중국 기업들은 고속 광모듈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라이트카운팅이 발표한 세계 광모듈 공급업체 상위 10곳 가운데 중국 기업은 7곳으로 집계됐다. 중국 광모듈 업체 중지쉬촹과 신이성이 각각 1·2위를 차지했으며, 광통신 부품·장비업체 광쉰커지와 화궁정위안, 케임브리지테크놀로지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업체들은 대규모 생산과 패키징·테스트, 빠른 납기를 강점으로 400G(기가비트)·800G급 고속 광모듈의 주요 공급처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는 미국 광통신 기업 코히어런트와 루멘텀, 핀란드 통신장비업체 노키아 등이 미국 내 생산능력을 확대하더라도 중국과 아시아 지역의 기존 제조·공급 체계를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대표 기업인 중지쉬촹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중지쉬촹은 최근 홍콩 증시에 상장하며 중국 본토와 홍콩에 동시에 상장하는 ‘A+H’ 체제를 구축했다. 2023년 세계 광모듈 매출 1위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 세계 데이터통신용 광모듈 시장점유율은 20%를 넘어섰다. 차세대 1.6Tbps(테라비트)급 광모듈에서도 선점 효과를 바탕으로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중지쉬촹의 실적도 빠르게 늘고 있다. 매출은 2023년 107억 위안(약 2조2500억원)에서 2024년 239억 위안(약 5조원), 지난해 382억 위안(약 8조원)으로 2년 만에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195억 위안(약 4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2.1% 늘었으며 고속 광모듈 매출 비중은 94.6%에 달했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도 광통신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아마존, 구글 등이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투자를 지속하는 가운데 미국 광네트워크 업체 시에나의 수주잔고는 77억 달러(약 10조9000억원)로 일부 주문이 2027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노키아의 광네트워크 사업 매출도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다만 중국 업체들이 광통신 공급망 전반을 장악한 것은 아니다. 광모듈 생산과 조립·테스트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디지털신호처리장치(DSP)와 일부 아날로그 반도체는 마벨과 브로드컴 등 미국 업체 의존도가 높다. 고성능 EML 레이저와 일부 실리콘포토닉스 부품도 코히어런트와 루멘텀 등 해외 업체가 주요 공급처다.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핵심 소재와 부품의 공급 부담도 커지고 있다. 400G·800G·1.6T 광모듈에 쓰이는 인듐인화물(InP)의 올해 세계 광통신용 수요는 260만~300만장으로 예상되지만 유효 생산능력은 약 75만장에 그칠 전망이다. 소재 가격 상승과 부품 부족이 이어질 경우 중국 광모듈 사업이 침체를 겪을 수도 있다.
한편 데이터센터 간 전송 수요가 늘면서 광칩과 코히어런트 광부품, 공패키지광학(CPO), 광전송 장비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중국 이동통신사들도 400G·800G급 광전송 장비 구매를 확대하고 있으며 관련 기술은 1.6T까지 고도화되는 추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