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나신혜 기자]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의 대표적인 우려 중 하나인 배터리 수명에 대한 걱정을 덜어줄 만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기차 20개 모델을 대상으로 50만 건의 배터리 상태를 분석한 결과,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가 5만㎞ 주행거리 부문과 10만㎞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15만㎞ 부문에서도 2위에 오르며 장거리 주행 이후에도 높은 배터리 성능을 유지했다. 이번 결과는 현대차 전기차의 배터리 내구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전동화 경쟁력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4일 전기차 배터리 진단업체 아빌루(Aviloo)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북미와 남미, 유럽, 아시아, 호주에서 중고 전기차 20개 모델을 대상으로 50만 건의 배터리 상태를 점검했다. 아빌루는 각 차종의 SOH(State of Health)를 5만㎞, 10만㎞, 15만㎞ 주행거리별로 분석해 중앙값을 산출했다. SoH는 신차 당시 사용 가능한 배터리 용량 가운데 현재 남아 있는 용량의 비율을 의미한다.
전체적으로도 전기차 배터리 내구성은 양호했다. 5만㎞에서는 조사 대상 20개 차종 모두 SoH 중앙값이 90%를 웃돌았다. 15만㎞에서도 일부 소형 전기차를 제외한 대부분 차종이 90% 안팎 이상의 배터리 성능을 유지했다.
아이오닉 5는 5만㎞ 부문에서 SoH 중앙값 97.13%를 기록해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신차에 가까운 배터리 성능을 유지한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소형 전기 SUV EQA가 96.56%로 뒤를 이었고, 현대자동차 소형 전기 SUV 코나 일렉트릭이 96.27%로 3위에 자리했다. 이어 아우디 대형 전기 SUV Q8 e-tron과 BMW 중형 전기 세단 i4가 각각 95.71%, 95.60%를 기록하며 상위 5개 차종에 이름을 올렸다.
10만㎞ 구간에서도 아이오닉 5의 강세가 이어졌다. 아이오닉 5는 SoH 중앙값 95.27%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냈으며, EQA가 95.01%로 근소하게 뒤따랐다. i4는 94.34%로 3위, 코나 일렉트릭은 94.31%로 4위를 기록했다. 볼보 준중형 전기 SUV XC40 리차지는 93.66%로 5위에 안착했다.
15만㎞에서는 EQA가 93.97%로 선두에 올랐다. 아이오닉 5는 이보다 불과 0.18%포인트 낮은 93.79%를 기록하며 2위에 자리했다. i4가 93.62%로 그 뒤를 이었으며, 코나 일렉트릭과 XC40 리차지가 각각 92.95%, 92.79%로 4·5위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5와 코나 일렉트릭이 안정적인 성능을 보인 데 비해 테슬라 인기 차종인 모델 Y와 모델 3는 전체 20개 모델 순위에서 중하위권에 자리했다. 가장 긴 15만㎞ 부문에서 모델 Y SoH 중앙값은 90.3%, 모델 3는 88.94%로 각각 16위와 17위로 나타났다.
아빌루는 배터리 용량이 작은 모델일수록 같은 거리를 주행하기 위해 충전 횟수가 늘어나 배터리 열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차종이라도 배터리 상태에는 상당한 편차가 나타났다. 고온 환경과 잦은 급속 충전, 완전 충전 상태를 장시간 유지하는 습관 등이 배터리 수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터리 화학 조성과 열관리 방식 등 제조사별 기술적 차이도 주요 변수로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