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변수지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의 AI 투자 쏠림에 기관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연기금과 보험사, 국부펀드가 운용사에게 AI 관련 투자 비중과 위험 노출도를 구체적으로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세계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와 블랙스톤 등 자산운용사에 'AI 투자 내역을 보다 상세히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투자가 인프라와 크레디트, 부동산, 사모펀드 등 여러 전략에 걸쳐 확대되면서 전체 포트폴리오의 AI 노출도를 파악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주 행정위원회(SBA)는 데이터센터와 소프트웨어, 벤처투자 등 다양한 자산이 사실상 AI라는 하나의 투자 테마에 묶여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캐나다의 한 연기금은 AI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로 데이터센터 공동투자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반도체 금융까지 인프라 투자로 분류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명이 짧은 반도체 관련 금융이 장기 자산 중심의 전통적인 인프라 투자와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대출은 약 5년인 칩의 사용 기간과 잔존가치를 전제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아 향후 수요가 예상보다 둔화될 경우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미국 투자자문사 세리티파트너스는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계속 웃돌 것이라는 가정이 일부 대출 가격에 반영돼 있다"며 "관련 위험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 기업 간 투자와 거래가 맞물린 이른바 '순환 거래'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AI 시장이 위축될 경우 충격을 여러 기업과 금융사로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운용사가 여러 펀드에서 AI 관련 투자를 병행하면서 실제 위험 노출도를 파악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캐나다계 대체자산운용사 브룩필드자산운용은 AI 인프라펀드뿐 아니라 에너지 전략에서도 AI 수요 관련 자산에 투자하고 있으며, 블랙스톤도 데이터센터와 발전시설 등을 여러 펀드에 걸쳐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AI 투자 구조가 복잡해지는 가운데 투자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 연구조직 글로벌인스티튜트는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등에 투입되는 AI 관련 자본지출이 오는 2031년까지 누적 7조6000억 달러(1경 21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