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전쟁 장기화에 유조선 운임 사상 최고

2026.09.11 14:15:36

중동 → 중국 VLCC 하루 운임 80만 달러 ‘역대 최고’
호르무즈·홍해 운항 차질에 우회 수송 비용 급증

 

[더구루=변수지 기자] 글로벌 유조선 운임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에너지 시장의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등 주요 원유 수송로의 운항 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회 운송까지 늘면서 원유 수송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중동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유조선 하루 운임이 약 80만 달러(약 10억8000만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걸프만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경우 일괄 운임이 역대 최고 수준인 2950만 달러(약 397억원)로 제시됐다. 배럴당 약 15달러(약 2만원)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전쟁 위험에 따른 추가 비용이나 예상치 못한 운송 지연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운임 급등의 가장 큰 배경은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차질이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이후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급감하면서 일부 선주들은 오만만에 대기 중인 선박을 활용해 원유를 옮겨 싣는 '셔틀 방식'으로 수송을 이어가고 있다.

 

에너지 트레이더 비톨에 따르면 이 같은 방식으로 하루 약 1000만 배럴의 원유가 수송되고 있지만 투입 가능한 선박이 전쟁 이전보다 줄면서 운임이 크게 뛰었다. 해운 지수 산출기관 발틱거래소가 집계한 오만만~동아시아 노선의 유조선 하루 운임도 지수 도입 이후 85% 상승해 이번 주 약 38만6000달러(약 5억2000만원)에 달했다.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운항 불안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으로 일부 유조선은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를 지중해 수출항에서 실은 뒤 수에즈운하와 아프리카 대륙을 거쳐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운송기간은 기존 항로보다 3주 이상 늘어났고 수백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시장에서는 원유 공급 물량 자체보다 이를 운송할 선박과 항로 확보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 정유사 HPCL-미탈에너지는 "원유 물량은 충분하지만 수송과 통항 차질이 공급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조선 운임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데이터 분석업체 케이플러는 "VLCC의 하루 운임이 내년까지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를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 운임이 하루 4만5000달러(약 6000만원)를 넘는 경우가 드물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모건스탠리도 "VLCC의 2년 장기 용선료가 앞으로 20~30%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변수지 기자 seoz@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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