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변수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가운데 시장은 이번 주 금리 인상 가능성을 85% 이상으로 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워시 의장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 11일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에서 근원 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금리 인상 전망이 빠르게 확산됐다. 금리선물시장이 반영하는 이번 회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85%를 넘어섰다.
월가 역시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TD뱅크와 JP모건체이스 등 주요 금융기관도 최근 물가 지표 발표 이후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시장의 신호가 명확하다"며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워시 의장이 시장 참가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 요구를 이어갔다. 13일(현지시간) 아일랜드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 경제가 너무 강해 연준의 공식과 상관없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오는 15~16일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백악관 내부에서도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둘러싸고 엇갈린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금리 인하를 원한다"며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경우 대통령이 할 말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틀 뒤에는 "대통령이 금리 인상을 반기지는 않겠지만 워시 의장의 독립성을 무엇보다 존중할 것"이라며 발언 수위를 낮췄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이 깔려 있다. 금리 인하는 실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카드 금리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제적 부담 완화 기대를 부각하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워시 의장이 어느 쪽을 선택해도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리를 올리면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동결하면 물가 대응 의지와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국제경제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연준이 대통령의 반발을 감수하거나 시장 신뢰를 훼손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후자의 경우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연준을 압박해온 전례도 워시 의장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사 쿡 연준 이사의 해임을 시도했지만 현재까지 대법원의 제동을 받고 있다. 미 법무부는 연준 본부 재건축과 관련된 사기 의혹을 이유로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에 대한 형사 수사를 진행했으나 여야 의원들의 반발과 법원의 비판 이후 수사를 중단했다.
파월 전 의장 역시 지난 5월 의장 임기가 끝난 뒤에도 연준 이사직을 유지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전 의장의 이사 자리에 새로운 인물을 임명하는 것이 막힌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를 연준 내부에서 중앙은행 독립성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