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변수지 기자] AI 투자 확대로 데이터센터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채권 시장의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력 확보와 기술 노후화, 임차인 집중 등 기존 부동산과 다른 위험요인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데이터센터를 담보로 한 CMBS가 2025년 이후 약 170억 달러(약 23조원) 발행돼 직전 2년간 발행액의 3배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CMBS는 ‘상업용 부동산저당증권(Commercial Mortgage-Backed Securities)’으로 오피스·호텔·데이터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증권이다.
같은 기간 데이터센터는 신규 상업용 부동산 채권 거래의 약 8%를 차지했다. 발행이 급증하면서 CMBS 투자자들의 자산 평가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공급과 냉각 능력, 기술 변화 등 전통적인 상업용 부동산에서는 중요도가 낮았던 요소가 자산가치와 채무상환 능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일반 상업용 부동산에서는 교통 접근성과 입지, 임대료와 공실률 등이 핵심 평가 요소지만 데이터센터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송전망 용량, 냉각 설비 등이 자산가치를 좌우한다.
임대차 구조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는 소수의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와 빅테크 기업에 임차 수요가 집중된 데다 계약 내용과 임차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계약이 종료된 뒤 기존 임차인이 빠져나갈 경우 맞춤형으로 구축된 전력·냉각 설비를 새로운 임차인에 맞게 개조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이 같은 임차인 집중 위험은 데이터센터 CMBS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더 커질 수 있다. 데이터센터 CMBS는 하나의 대형 부동산이나 단일 차주의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자산·단일차주(SASB) 구조가 대부분이어서 특정 시설이나 임차인의 가치가 흔들릴 경우 채권 투자자가 받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크다.
여기에 AI 반도체의 빠른 발전에 따른 기술 노후화 위험도 겹친다. 차세대 칩이 더 많은 전력과 냉각 능력을 요구하면서 불과 몇 년 전에 지어진 데이터센터도 기술적으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설 가치가 빠르게 떨어질 경우 기존 대출 차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급 증가에 따른 투자자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CMBS의 최상위 AAA등급 채권은 현재 변동금리 기준금리보다 평균 1.65%포인트 높은 금리에서 거래되고 있다. 오피스 0.93%포인트, 소매시설 1.05%포인트, 산업시설 1.25%포인트보다 높은 수준이다.
최근 일리노이주의 30메가와트(MW) 규모 데이터센터를 담보로 발행된 3억5600만 달러(약 4800억원) 채권도 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투자자들이 데이터센터 채권에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발행 물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같은 부담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데이터센터 CMBS 발행액이 내년 약 50% 증가해 180억~200억 달러(약 24조~2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