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시달리는 美 지방도시들, 수천억 세수 포기하고 데이터센터 거부

2026.09.15 14:10:59

환경 훼손·공공요금 인상 등 주민 반발
1분기 기준 1300억 달러 규모 75개 사업 차질

 

[더구루=홍성환 기자]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미국 소도시들이 큰 경제적 이익에도 불구 데이터센터 유치를 거부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 "미국의 데이터센터 개발로 소도시에 막대한 세수가 기대되지만, 다른 우려 사항을 압도할 만큼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빈번하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블랙스톤의 자회사인 QTS는 아이오와주 소도시인 클린턴에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안했다. 이 사업은 수천 개의 새로운 건설 일자리를 창출하고, 초기 10년 동안 2억 달러(약 2700억원)의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소도시 클린턴의 연간 예산은 2500만 달러(약 340억원)에 그친다. 만성적인 재정 적자와 수십 년간 이어진 인구 감소로 지방정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최근 하수도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부채 규모가 두 배로 급증했다.

 

이 지역 비영리단체인 '그로우 클린턴'의 앤디 소콜로비치 대표는 "이 프로젝트는 지역 재정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클린턴은 이미 한계치까지 채권을 발행해 빚을 진 상태이며, 이 정도 규모의 개발 사업 없이는 재정난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많은 지역 주민이 데이터센터를 반대하고 있다. 소음 공해와 환경 훼손,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 등이 반대 이유다. QTS 측은 "필요한 에너지 및 인프라 개선 비용을 100% 부담하고, 사업비가 주민에게 전가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주민 반발이 지속되고 있어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센터 워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전역에서 주민 반발로 인해 총 1300억 달러(약 176조원) 규모 75건의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시장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제안의 3분의 2 이상이 농촌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방 정부의 재정을 지원해준 연방 지원금이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사회에서는 데이터센터 사업을 유치해 세수를 늘리고 있다.

 

아이오와대 피티 경영대학의 에이미 콜버트 교수는 "재정적 압박으로 인해 지역사회가 잠재적인 경제적 이익(데이터센터 유치로 인한 이익)을 더 비중 있게 고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도시의 경우 내년부터 연방 자금 지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재정 악화로 인해 인터넷 접속조차 원활하지 않고 병원들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앤서니 피파 선임 연구원은 "경제적 관점에서 데이터센터 유치가 타당해 보일지 몰라도, 문화적·사회적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콜레턴 카운티 주민들은 올해 초 데이터센터 단지 조성 사업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사업을 무산시켰다. 그러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재정 악화와 예비비 감소를 이유로 지난 7월 콜레턴 카운티의 신용 등급을 'A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콜레턴 카운티 경제연합은 아쉽다는 입장이다. 경제연합은 "데이터센터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됐다면 연간 1억 달러(약 1400억원) 이상의 세입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이 지역 중위 가구 소득의 두 배가 넘는 평균 연봉 12만5000달러의 정규직 일자리 500개가 창출됐을 것"이라고 짚었다.

 

뉴멕시코주 소코로 카운티에서도 주민 반대로 데이터센터 개발 사업이 중단됐다. 개발업체는 농업과 축산업 중심인 이 지역의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홍성환 기자 kakahong@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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