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변수지 기자] 국제유가 급등과 AI 투자 둔화 우려에 신흥국 통화와 주식, 채권이 동반 약세를 보였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금리 부담에 AI 경계감까지 겹치며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높은 국제유가와 AI 개발 속도에 대한 우려가 통화와 주식시장에 부담을 주면서 신흥시장 자산이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신흥국 통화지수는 이날 0.2% 하락하며 약 3개월 만에 가장 긴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22개 신흥국 통화 가운데 칠레 페소화는 달러 대비 1% 넘게 떨어지며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채권시장에서도 위험 회피 움직임이 나타났다. JP모건에 따르면 미국 국채 대비 신흥국 국채에 투자할 때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인 스프레드가 0.02%포인트 더 확대됐다. 신흥국 증시도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14일 기준 코스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하락한 영향으로 3% 넘게 떨어졌다.
신흥시장 약세의 핵심 배경은 국제유가 상승이다. 14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 폐쇄 여파로 장중 배럴당 110달러(약 15만원)에 근접했다. 해당 송유관은 수주간 대부분 가동이 중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를 키웠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서로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유가는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2023년 이후 처음으로 장중 5%를 넘어선 뒤 하락하면서 신흥시장 매도세 역시 다소 진정됐다.
다만 고유가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미국 근원물가가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시장은 오는 16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사실상 전부 반영하고 있다. 현실화될 경우 2023년 이후 첫 금리 인상이다.
AI 산업을 둘러싼 불안도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올해 증시 상승의 핵심 동력이었던 AI 투자 확대가 기술 개발 속도 조절론을 계기로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독일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시장 입장에서 핵심은 이번 움직임이 이례적으로 강했던 AI 투자 사이클이 결국 둔화할 수 있다는 첫 신호인지 여부"라고 분석했다. 다만 기업과 국가 간 AI 경쟁이 여전히 치열한 만큼 경쟁사가 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이 자발적으로 개발 속도를 늦출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