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본사 나와" 현대차 '美 차량 도난 사태' 역습…수천억 규모 '구상권 폭탄' 재점화

2026.09.15 11:10:35

미 항소법원 "한국 본사도 캘리포니아 관할권 적용 가능"…1심 각하 뒤집어
차주·주정부 합의 넘어선 '한국 본사 피고 인정'…법적 리스크 재점화

[더구루=김예지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현지 주요 보험사 200여 곳과 수천억 원대 규모의 대형 구상권 소송전을 다시 치르게 됐다.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빠진 차량의 도난 사태로 막대한 보험금을 지불한 현지 보험사들이 현대차·기아 한국 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미 연방 항소법원이 1심의 각하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면서다. 소비자 집단소송과 주정부 차원의 법적 분쟁을 순차적으로 수습하며 일단락되는 듯했던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차량 도난 관련 법적 리스크가 '한국 본사의 미 법정 피고 자격 인정'이라는 변수를 만나 재차 수면 위로 불거지는 모습이다.


15일 미국 연방 제9순회항소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항소법원은 현대차·기아 한국 법인에 대한 캘리포니아 법원의 대인관할권이 인정될 수 있다며 1심 지방법원의 각하 결정을 뒤집고 사건을 환송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미국 현지 법인이 아닌 한국 본사를 미국 법정에 세워 재판할 법적 권한(대인관할권)이 없다"며 본안 심리조차 하지 않고 보험사들의 소송을 각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 판결로 한국 본사를 향한 소송 자체를 차단하려던 현대차·기아의 방어 전략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항소법원 재판부는 현대차와 기아가 수천 건의 차량·부품을 캘리포니아 항만으로 또는 항만을 거쳐 운송했고, 미국 시장을 겨냥해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차량을 직접 설계한 점 등을 근거로 한국 본사 역시 캘리포니아 재판부와 충분한 법적 접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현대차·기아 측은 차량 판매·수입 주체가 한국 본사가 아닌 미국 현지 법인이며, 본사는 한국에서 인도하는 조건으로 제품을 넘겼을 뿐이고 수 ·항만 물류 처리는 미국 현지 법인이 전담했다고 맞섰으나 항소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생산된 특정 현대차·기아 차량에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지 않았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보험사들은 이 같은 설계로 차량이 도난에 취약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드라이버와 USB 케이블만으로 차량을 훔치는 이른바 '기아 챌린지' 영상이 퍼지면서, 이를 시내에서 모방하는 차량 도난 범죄가 미국 전역에서 급증했다.

미국 보험사들은 차량 도난이나 도난 시도로 피해를 입은 보험계약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과 관련 비용을 현대차·기아로부터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사 원고 집단은 약 200개사로 구성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현대차가 차량과 부품을 7500건 이상, 기아는 5000건 이상 캘리포니아 항만을 통해 운송했으며, 미국으로 운송된 차량 가운데 70% 이상이 캘리포니아 항만을 거쳤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기아는 차량 도난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와 주 정부를 상대로 한 별도 소송·합의도 진행해 왔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024년 특정 도난 취약 차량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소비자 집단소송을 1억4500만 달러(2000억원) 규모로 합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36개 주 및 워싱턴DC와도 차량 도난 취약성과 관련한 별도 합의를 체결했다. 다만 소비자 집단소송과 주 정부와의 합의는 보험사들이 제기한 보험대위 청구까지 종결시키지는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항소법원이 대인관할권 성립 요건을 우선 인정함에 따라, 실제 관할권 행사의 합리성 여부는 1심 지방법원이 다시 심리하게 됐다. 이에 따라 향후 1심 법원의 관할권 합리성 평가 결과에 따라 본안 소송 진행 여부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김예지 기자 yeletzi_0418@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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