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변수지 기자] AI 개발 속도 조절론이 확산하며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등 반도체주가 급락했다. 그러나 장기 AI 투자 수요는 견조한 만큼 이번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등 주요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반도체지수는 5.9%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도 0.8% 떨어졌다.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에는 AI 업계에서 확산한 개발 속도 조절론이 자리 잡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최첨단 AI 시스템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 xAI CEO도 이에 동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AI 연구진도 최첨단 AI 모델 개발에 일정한 제한을 두는 새로운 원칙을 공개했다. AI 기술의 빠른 발전이 가져올 위험을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AI 개발 속도가 늦어질 경우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에 따른 수익 실현 시점도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 관련주 상승을 뒷받침해 온 설비투자와 인프라 확대 속도가 둔화할 경우 반도체 수요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 개발 감속론에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이 중국과 AI 기술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개발 속도를 늦추는 것이 오히려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AI 투자 사이클이 꺾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AI 개발과 도입을 둘러싼 우려가 관련 밸류체인의 투자심리에 단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AI 컴퓨팅 용량에 대한 수요는 수년에 걸쳐 강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계 은행 HSBC도 "AI 투자 속도 둔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무리한 투자 경쟁이 완화될 경우 장기적으로 AI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 역시 "개발 속도 조절 요구가 AI 투자를 중단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기보다 주요 AI 기업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규제 체계를 마련하려는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AI 관련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을 매수 기회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리플렉시비티는 "미·중 AI 경쟁이 이어지는 만큼 실제 개발 속도가 크게 둔화할 가능성은 낮다"며 최근 AI 관련주의 조정을 매수 기회로 평가했다.
15일 하락출발했던 코스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대 상승에 힘입어 오전 10시 25분 현재 6707선을 넘어 상승세로 전환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