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배터리 장비 업체 '피엔티(PNT)'가 배터리·소재 자회사 '피엔티 머티리얼즈'를 통한 미국 진출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배터리 소재부터 생산 장비, 완제품까지 모두 공급해 이차전지 업계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포부다.
20일 싱가포르 경제매체 '더월드폴리오(The Worldfolio)'에 따르면 김준섭 피엔티 대표는 최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미국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틈새 시장을 활용해 (배터리 생산) 전체 프로세스를 사내에서 수행하고, 이 기술을 미국으로 수출해 토탈 솔루션 공급업체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핵심은 작년 상반기 설립한 배터리 자회사 '피엔티머티리얼즈'다. 피엔티는 피엔티머티리얼즈를 통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피엔티 본사가 위치한 경북 구미에 LFP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우선 공략할 방침이며, 현재 미국 일부 회사과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김 대표는 "우리는 끊임없이 회사를 발전시키고 정교한 기술을 강화하여 더 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것이 피엔티머티리얼즈를 설립한 이유이며, 내년에 0.2GWh 규모 LFP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피엔티의 강점으로는 제조 장비와 건식 공정 기반 기술 고도화를 꼽았다. 그는 "경쟁 우위를 달성하기 위한 지속적인 기술 개발의 결과로, 우리는 고속 및 와이드 포맷 애플리케이션이 가능한 장비를 만들어 고객의 배터리 제조 비용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며 "피엔티 미래 핵심 강점은 건식 공정으로, 우리는 설명 대신 실제 제조 공정과 장비를 보여줌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건식전극공정은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기존 액체 화학 물질 대신 건조 필름으로 전극을 코팅하는 새로운 생산 방식이다. 빠르게 대규모 양산이 가능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습식 공정은 추후 건조하기 위해 초대형 기계가 필요한 반면 건식 공정은 해당 장비가 필요없어 제조 시설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 가능하다. 테슬라가 지난 2020년 배터리데이에서 처음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도 앞다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미래 배터리 시장이 니켈·망간·코발트(NMC)와 LFP 배터리가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배터리 생산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NMC와 LFP 배터리가 시장의 50 대 50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고체배터리는 주로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시장의 약 5%에서 10%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배터리는 전기화학 제품이고, 배터리 제조 공정에는 수많은 시행착오 경험을 통해 개발된 상당한 노하우 축적이 필요하다"며 "배터리 셀을 생산하기 위해 전문 배터리 셀 제조업체와 협력하는 것이 더 신중한 결정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엔티는 배터리에서 나아가 반도체, 의약품소재 사업 기회도 적극 모색,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전력을 쏟는다. 이미 웨이퍼 그라인더 개발을 완료하고 공급을 추진 중이다. 웨이퍼 그라인더는 웨이퍼 밑면이나 가장자리를 갈아내 반도체 종류에 맞게 최적화시켜주는 제품이다.
김 대표는 "현재 이차전지 사업의 일부인 필름 사업부와 함께 올해 하반기에 완전히 자리 잡을 예정인 새로 설립된 의약품소재 사업부에 집중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반도체 사업부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엔티는 작년에 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는 100% 성장을 의미하는 1조원 클럽에 진입, 내년에는 1조5000억원, 그 다음 해에는 2조원을 목표로 한다"며 "우리는 끊임없이 더 높은 곳으로 성장하여 PNT를 대한민국의 우수성의 상징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엔티는 2003년 설립된 배터리 장비 전문 회사다. 이차전지 핵심 소재와 장비를 생산하는 2차전지 사업부와 전지박 등 디스플레이 소재용 소재를 만드는 소재 사업부로 나눠져 있다.
이차전지와 관련해서는 전극 공정에 필수적인 롤투롤(Roll-to-Roll) 장비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자회사 피엔티머티리얼즈를 통해 LFP 양극재와 LFP 배터리, 피엔티엠에스를 통해 분리막 사업을 추진한다. 피엔티→피엔티머티리얼즈→피엔티엠에스로 연결되는 2차전지 밸류체인을 갖춘다는 포부다. 국내 배터리 3사와 SK넥실리스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