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 타이페이(대만)=오소영 기자] 한화솔루션 자회사 한화이센셜이 반도체 기판용 절연소재를 국산화해 일본 아지노모토의 독점을 깬다. '한화빌드업필름(HBF)'라는 브랜드명으로 내년부터 공급을 모색한다. PC와 전장 등에 쓰일 HBF-GC를 앞세우고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최적화된 소재까지 개발에 속도를 낸다. 본격적인 소재 공급을 앞두고 대만 반도체 전시회에서 홍보에 나서면서 글로벌 고객을 잡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이센셜은 9~1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 2025'에서 'HBF' 로드맵을 공개했다.
HBF는 '미원'으로 알려진 일본 아지노모토가 '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ABF)'을 벤치마킹해 만들어진 소재다. 반도체 기판을 패키징할 때 쓰인다. 반도체 회로 간에 간섭 없이 전류가 흐르도록 하고 열에 강해 기판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지노모토는 조미료인 '글루탐산일나트륨(MSG)'의 연구를 통해 쌓은 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 시장에 진출했다. ABF는 MSG와 동일한 아미노산 화학을 기반으로 한 수지를 쓴다. 아지노모토가 선제적으로 ABF를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다. 우수한 원재료와 다수의 특허 기술, 신규 공급사의 소재 도입에 보수적인 반도체 산업의 특성 때문에 그동안 아지노모토의 독점을 깰 업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ABF 시장을 장악한 아지노모토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 기업은 한화이센셜과 LG화학, 동진쎄미켐이다. 한화이센셜은 ABF의 앞글자인 '아지노모토'를 '한화'로 바꿔 'HBF'라는 브랜드명으로 선보인다.

한화이센셜이 개발 중인 소재는 HBF-G와 HBF-GCH, HBF-GCE, HBF-GC, HBF-S, HBF-SC다. 상대적으로 열에 약하고 신호 손실이 높아 PC용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 칩 등에 쓰이는 소재부터 고온 공정에 강하고 신호 손실이 적어 AI 반도체에 적합한 소재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이루고 있다.
가장 먼저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소재는 PC와 전장용으로 활용될 HBF-GC다. 한화이센셜은 이번 세미콘 타이완에서 샘플을 전시했다. 내년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열에 가장 강하고 신호 손실이 적은 고부가 소재인 'HBF-SC'를 오는 3분기까지 개발한다. 이어 4분기 고온 환경에 잘 견딜 'HBF-GCH'도 상용화해 샘플 테스트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두 제품을 제외한 4종은 이미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한화이센셜은 대덕전자와 삼성전기 등 고객과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개발과 함께 홍보에도 매진하고 있다. 한화이센셜은 반도체와 전장 등 글로벌 회사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고객사들과 접점을 넓히고자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세미콘 타이완에도 참석했다. 세미콘은 대만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중국,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열리는데 한화이센셜은 대만 행사에만 2년 연속으로 부스를 꾸렸다. 반도체 생태계가 발달한 대만에서 주요 고객들과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화이센셜은 HBF를 통해 반도체 소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핵심 소재의 자립률 향상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와 5세대(5G) 통신, 고성능컴퓨팅(HPC) 등 기술 발전에 따라 고밀도·고성능 반도체 시장이 성장하며 ABF 소재 수요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GII)에 따르면 ABF 기판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5.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