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 타이페이(대만)=오소영 기자] 한화세미텍이 대만 반도체 전시회에서 애플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에 이어 세계 1위 후공정 업체 ASE와 연쇄 회동했다. 주력 장비 포트폴리오를 홍보하고 협력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한국을 추월해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난 대만 시장에서 수주를 모색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세미텍은 지난 1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에서 폭스콘 실무진들과 미팅을 가졌다. 자체 부스에 별도로 마련된 프라이빗 미팅룸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11일에는 한화세미텍 부스를 직접 찾은 ASE 관계자들과도 회동해 반도체 협력을 검토했다.
폭스콘은 대만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기업 중 하나다.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은 지난 5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IT·컴퓨팅 전시회 '컴퓨텍스 2025'에서 AI에 최적화된 제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폭스콘은 미국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두며 AI 서버 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 진입도 준비하고 있다. 인도 정보 서비스 업체인 HCL 그룹과 4억3500만 달러(약 6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웨이퍼 2만 개와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칩 36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2027년부터 가동한다는 목표다. 프랑스 방산기업 탈레스, 커넥터 전문업체 라디알과 손잡고 유럽에서 처음으로 '팬아웃 웨이퍼 레벨 패키징(FOWLP) 기반 반도체 후공정(OSAT) 공장 구축에 나섰으며, 30억 달러(약 4조1800억원)를 들여 싱가포르 반도체 패키징업체 UTAC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ASE는 OSAT 선도 기업으로 엔비디아와 퀄컴, 인텔, AMD 등 글로벌 고객을 보유했다. AI 반도체 시장 성장에 대응해 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두 번째 테스트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고, 멕시코 할리스코주 토날라 지역에도 부지를 취득했다.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며 장비 발주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ASE는 지난 5월 한미반도체와 80억원 규모의 플립칩 본더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화세미텍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대만 기업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이를 수주 성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대만 경제부 산하 산업경제지식센터(IEK)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 반도체산업 생산액은 5조3151억 대만달러(약 234조원)로 전년 대비 22.4%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 반도체산업의 증가율(19.1%)보다 높은 수치다. AI 호재로 올해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나 뛰었다. 반도체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며 대만은 장비 업체들이 놓쳐선 안 되는 주요 시장이 됐다.
한화세미텍은 한화정밀기계 시절인 지난해에도 세미콘 타이완에 참석해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핵심 장비인 TC본더 'SFM5-Expert'를 처음 선보였다. 올해 전시회에선 플럭스리스본더 'SFM5 Expert+'와 하이브리본더 'SHB2 Nano'를 내년 초 출시한다는 로드맵을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