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한화 필리조선소가 미국 내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미국 조선소를 통한 LNG 운반선 발주가 반세기 만에 이뤄지면서 한화그룹이 추진해온 미국 조선 기반 재편 전략이 글로벌 LNG 업계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평가받은 결과다.
14일 세계 LNG 서밋 & 어워드(World LNG Summit & Awards)에 따르면 한화 필리조선소는 최근 열린 이 시상식에서 '쉬핑(Shipping)' 부문 수상 대상으로 선정됐다. 시상위원단은 북미 지역에서 LNG 운반선 건조를 다시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제시하고, 미국 국적 LNG 운반선 발주를 실질적인 계약 단계로 연결한 점을 주요 선정 이유로 밝혔다.
한화 계열 해운사인 한화해운이 필리조선소를 대상으로 LNG 운반선 1척을 발주한 사례가 이번 수상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해당 발주는 미국 조선소를 전제로 한 LNG 운반선 계약이라는 점에서 1970년대 이후 사실상 단절됐던 미국 국적 LNG선의 복귀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해당 LNG 운반선은 한화오션 국내 법인이 건조 공정에 참여하는 공동건조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와 하청 계약을 맺고 기술과 공정을 제공하며, 필리조선소는 미국 내 선박 건조 요건을 충족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구조다.
필리조선소는 1997년 미 해군 필라델피아 국영 조선소 부지에 설립돼 한때 미국 상선 건조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됐다. 이후 미국 조선업 전반의 침체로 생산 활동이 위축됐으나, 한화그룹 인수를 계기로 재편 작업이 본격화됐다.
한화는 지난해 한화오션(40%)과 한화시스템(60%)을 통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뒤 한국 조선 기술과 생산 체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필리조선소는 한미 조선 협력 구상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지난해 8월 한화해운으로부터 중형 유조선 10척과 LNG 운반선 1척을 수주했다.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약 50억 달러를 투입해 현재 연 1척 수준인 건조 능력을 중장기적으로 연 20척까지 확대하고, 현지 인력 채용을 통해 미국 내 조선 인프라를 강화할 계획이다.
세계 LNG 서밋 & 어워드는 글로벌 LNG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연례 국제 행사로, LNG 생산·수출 기업을 비롯해 해운사, 조선업체, 터미널 운영사, 트레이더, 정책·규제 당국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LNG 공급망 전반의 현안과 시장 동향, 기술·운송·인프라 변화 등을 논의하는 서밋과 함께 한 해 동안 LNG 산업에 구조적 변화를 이끈 사례와 기업을 선정해 부문별 시상을 진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