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수현 기자] 유럽연합(EU)의 핵심 기반 산업인 화학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규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옴니버스 VI’ 패키지 입법이 본격적인 3자 협상 궤도에 올랐다. EU에 화장품 등 화학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이라면 꼼꼼히 살펴봐야할 내용이 많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16일 코트라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옴니버스 VI에 대한 협상 입장을 확정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협상 위임을 채택한 EU 이사회와 지난해 7월 법안을 발의한 EU 집행위원회의 입장이 모두 정리됨에 따라 최종 합의안 도출을 위한 3자 협상 조건이 갖춰졌다.
이번 옴니버스 VI는 화학물질 분류·라벨링·포장(CLP) 규정, 화장품 규정, 비료 제품 규정의 요건을 조정해 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집행위원회는 이를 통해 업계의 연간 규제 준수 비용을 최소 3억 6300만 유로(약 6337억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큰 쟁점은 화장품 내 발암성·돌연변이성·생식독성(CMR) 물질의 관리 수위다. 집행위는 노출 경로가 경구 또는 흡입에만 해당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사용을 허용하는 완화안을 제시했으나, 이사회와 의회는 소비자 안전을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의회는 안전성 평가와 대체재 존재 여부에 따라 전환 기간을 3개월에서 최대 48개월까지 차등 적용하는 엄격한 대안을 제시했다.
나노물질 신고 체계 역시 핵심 쟁점이다. 집행위는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나노물질 사전 신고 의무 폐지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사회와 의회는 "신고 시점만 ‘출시 직전’으로 조정할 뿐 사전 신고 의무 자체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규제의 디지털화와 행정 편의성 제고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CLP 라벨의 디지털화, 소포장 제품의 라벨 정보 간소화, 비료 제품의 REACH(화학물질 등록, 평가 및 제한) 중복 부담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의회는 소비자 가독성을 고려해 제품 용량별 폰트 높이(1.2mm 등)를 구체화하며 안전 장치를 보완했다.
한편, 이번 입법 과정에서 일부 정치그룹이 제안한 화장품 내 PFAS(과불화화합물) 및 내분비계 교란물질 전면 금지 수정안은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또한 EU 당국은 REACH 규정의 전면 개정 대신 "제한적 현대화와 시장 감시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혀 기존의 화학물질 등록·평가 체계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규제 간소화 기조 속에서도 소비자 안전 관련 조항은 오히려 강화되는 움직임"이라며 "EU에 화장품·화학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은 최종 입법 결과에 따라 추가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원료 성분 관리 체계를 점검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