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변수지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제조업계의 재고 확보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에 기업들이 원자재와 완제품 비축에 나서면서, 주요국 제조업 지표는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에너지 공급 부족 우려에 따른 글로벌 제조업계의 재고 확보 경쟁이 중동 전쟁 3개월 차의 경제적 여파를 가늠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22일 발표되는 미국·유럽·아시아 주요국의 5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반적으로 확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블룸버그는 “많은 국가에서 재고 선확보가 PMI를 떠받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PMI는 기업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제조업 경기 흐름을 조사한 지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제조업 확장세가 실제 경기 회복 신호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현재의 수치는 제조업체들이 에너지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 경제는 이미 전쟁 충격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파월 유로존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1% 증가에 그쳤다”며 “이란 전쟁과 원자재 충격이 경제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오는 20일 공개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연준 내부에서는 금리 인하 편향을 버리고 금리 인상·인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는 중립적 기조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중앙은행들도 에너지발 물가 상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는 오는 20일 의회에서 6월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영국의 4월 물가상승률은 둔화하겠지만 여전히 3%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물가상승률이 6%를 넘을 수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 역시 에너지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캐나다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중앙은행 목표치(2%)를 웃도는 3.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현재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국제유가가 2027년 중반 75달러 수준으로 내려와야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신흥국 물가와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가격 급등 영향으로 연료비 상승폭도 2020년 물가목표제 도입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