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街 세대교체] "새 술은 새 부대에"…부광약품 품은 OCI, 오너경영 싹 지웠다

공동창업주 체제서 '非제약통' 전문경영인 전면배치
창사 첫 매출 2000억·유니온제약 인수…체질 개선↑

[더구루=진유진 기자] '이제영'.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 17년간 검사 배지를 달았던 인물이다. 현재 부광약품 대표이사다. 제약업계 경력은 전무하다. '안미정'. 특허법인 대표변리사 출신으로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지난해 3월 부광약품 회장 자리에 올랐다. 1960년 부광상사로 출발, 김동연·고(故)김성률 두 창업주가 1973년 인수해 일군 65년 역사의 제약사가 지금 이 두 사람 손에 달려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부광약품의 최대주주는 OCI홀딩스다. 현재 지분율은 17.11%다.


부광약품은 오랜 기간 두 창업주 가문이 나눠 운영하던 회사였다. 균열은 내부에서 먼저 왔다. 김성률 회장이 지난 2006년 타계한 후 상속세 이슈가 불거지며 두 창업주 가족 간 지분율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창업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동업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균열을 타고 외부 자본이 들어왔다. 당시 OCI(현 OCI홀딩스)는 지난 2022년 2월 김동연 회장 장남인 김상훈 전 사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주식 773만여 주를 총 1461억원에 인수하며 지분 10.9%를 확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태양광·화학 기업이 제약사 경영권을 가져간다는 게 당시 업계에선 낯선 그림이었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한국의 바이엘로 키우겠다"고 했다. 제약·바이오를 신재생에너지, 첨단소재와 함께 그룹의 3대 핵심 사업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후 약 4년간 OCI홀딩스가 부광약품에 투입한 자금은 총 1700억원을 넘어섰다.


최대주주가 바뀌자 이사회도 달라졌다. OCI는 인수와 동시에 이우현 당시 부회장을 기존 유희원 대표에 각자대표로 추가했다. 이후 유희원 대표가 사임하고 이우현 회장의 단독대표 체제를 거쳐, 지난 2024년 3월에는 이제영 OCI홀딩스 전략기획실 전무가 부광약품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는 안미정 전 OCI홀딩스 이사회 의장이 부광약품 회장에 선임됐고, 이 회장은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창업주 일가 이름은 사내이사진에서 사라졌다.


두 사람의 이력은 제약업계 시각에서 보면 이색적이다. 이제영 대표는 사법시험에 합격해 17년간 검사로 재직하다 지난 2019년 OCI에 합류, OCI홀딩스 전략기획실 전무로서 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이끈 인물이다. 안미정 회장은 특허법인 지평 대표변리사로, OCI그룹 첫 여성 사외이사 출신 이사회 의장이기도 하다. 제넥신, 메디포스트 등 제약바이오 기업 사외이사를 역임한 바 있지만, 제약 연구나 영업 현장 경험 없이 전략·법률·지식재산 전문가들이 제약사의 중심에 들어선 셈이다.


OCI그룹 안팎에서는 이제영 대표가 그룹 내 감사·전략기획 역할을 통해 계열사 전반의 구조를 꿰뚫고 있고, 특히 OCI홀딩스와 바이오 계열사들을 연결하는 중추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약 개발이나 영업이 아닌 구조 개편과 체질 전환이 지금 부광약품에 필요한 과제였다는 얘기다.

 

비제약통을 전면에 배치하는 파격 인사의 결과는 적중했다. 4년 만에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며 '체질 개선'과 '실적 반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부광약품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007억원, 영업이익 14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5.4%, 775.2% 증가한 수치로, 3년 만의 흑자전환이었다. 지난 196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밟은 2000억원 고지다.


실적 반등의 주역은 제품 라인업 재편이었다. 항정신병 신약 '라투다'는 출시 1년 만에 연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중추신경계(CNS) 시장에 안착했고,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덱시드·치옥타시드' 매출도 43% 늘었다. 덴마크 자회사 콘테라파마가 글로벌 제약사 룬드벡과 맺은 RNA 신약개발 협력 계약금도 연결 기준 영업이익 급등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이 대표는 올해 주총에서 "체질 개선과 수익 기반 강화라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030년까지 국내 매출 상위 20위권 진입을 목표로 내걸었다.

 

물론 병목도 존재했다. 안산공장 월평균 가동률은 124%로 이미 포화 상태였다. 생산 능력 확대 없이는 매출 성장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 대표가 택한 해법이 한국유니온제약 인수다. 부광약품은 지난 27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300억원 납입을 완료하며 한국유니온제약 지분 75.14%를 확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회생절차 중인 기업을 인수하는 베팅이었지만, 부광약품은 "회생계획안에 따라 모든 부채가 변제된 상태로 인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로 전체 의약품 생산능력이 약 30%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광약품이 보유하지 못했던 항생제·주사제 생산 라인도 새로 얻게 된다.


생산 기반을 다지는 한편, 연구개발(R&D)에서는 콘테라파마가 기대주다. 안 회장은 올해 주총에서 "파킨슨병 아침무동증 치료제 'CP-012'가 임상 1b상에서 긍정적인 톱라인 결과를 확보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1조원 이상 매출이 기대되는 퍼스트인클래스 제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하반기에는 RNA 치료제 플랫폼 기반 신규 자회사 설립과 500억원 규모 바이오펀드 조성도 추진 중이다.


다만 숙제도 남아 있다. OCI홀딩스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려면 오는 2027년 9월까지 부광약품 지분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 지분율 기준으로 약 13%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태양광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모회사 OCI홀딩스 입장에서 부담이 없지 않다.


OCI 체제 4년, 부광약품의 변화는 수치로 확인된다. 창사 첫 매출 2000억원 돌파, 3년 만의 흑자전환, 한국유니온제약 인수 확정까지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개선된 모습이다. OCI홀딩스의 지분 30% 확보 데드라인과 모회사의 태양광 사업 불확실성은 변수로 불린다. 부광약품의 중장기 성장 궤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지배구조 정비와 실적 개선이 함께 속도를 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OCI그룹에 편입된 부광약품이 인수 당시 제약·바이오 현장 경험이 없는 이들의 등용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면서 "4년이 지난 현재 창업주 일가의 색채를 완전히 지우고 전문 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현재 부광약품이 외형 성장과 내실을 모두 잡으며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부광약품이 내건 '2030년 국내 매출 상위 20위권 진입'이라는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정비와 모회사의 자금 리스크 관리가 향후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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