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주얼 창이 지하 1층. 지난 2월 롯데리아의 진출에 이어 bhc가 한 자리를 꿰찼다. 12년 전부터 공항 곳곳에 4개 매장을 운영해온 파리바게뜨까지 더하면, 이 공간에만 K-외식 브랜드 세 곳이 나란히 간판을 내걸었다.
3일 창이공항에 따르면 지난해 창이공항 이용객은 약 7000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환승객 비중이 40%에 달한다. 글로벌 다국적 소비자가 매일 이 공간을 지나간다는 뜻이다. 별도 광고 없이도 수천만 명에게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는 무대를 세 곳이 동시에 선택한 셈이다.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건 파리바게뜨다. 지난 2014년 2월 제2터미널 입국장에 첫 매장을 열었다. 국내 베이커리 브랜드가 해외 국제공항에 입점한 첫 사례였다. 이후 매장 수를 늘려 현재 4개점 체제를 갖췄다.
현지화 성과도 눈에 띈다. 지난해 창이공항그룹이 운영하는 여행 정보 매거진 '나우 보딩 바이 창이'의 '베스트 조식·브런치 레스토랑' 순위에서 2위에 올랐다. 국내 브랜드로는 유일한 최상위권 진입이다. 트립닷컴과 완더로그 등 여행 플랫폼에도 "치킨 샌드위치와 초콜릿 케이크가 훌륭하다", "착륙 후 잠깐 쉬기 딱 좋은 카페" 등 리뷰가 꾸준히 쌓이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창이공항을 글로벌 소비자 접점으로 활용해 K-베이커리 브랜드 경험을 확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지 시장 내 브랜드 인지도와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롯데GRS 버거 브랜드 롯데리아는 기존 동남아 진출 방식과 다른 선택을 했다. 그간 해외에 나갈 때마다 수도 도심에 1호점을 열어 인지도를 쌓아온 전략을 이번엔 버렸다. 싱가포르 1호점 자리로 택한 주얼 창이는 공항과 직접 연결된 대형 복합시설로, 쇼핑·외식·엔터테인먼트·호텔이 한 지붕 아래 모인 싱가포르 핵심 상권으로 통한다.
주얼 창이 지하 1층에 세계 최고 높이의 실내 폭포 '레인 보텍스'를 배경으로 한 개방형 공간을 꾸렸다. 싱가포르 내수에 먼저 공들이는 대신, 경유 여행객을 통해 전 세계 소비자에게 동시에 닿겠다는 계산이다. 롯데리아는 1호점 안착 이후 현지 도심 상권으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GRS는 "싱가포르 1호점의 안정적인 운영을 토대로 향후 도심 지역까지 매장을 확대하며 글로벌 K-프랜차이즈로서 입지를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이닝브랜즈그룹 치킨 브랜드 bhc도 지난달 주얼 창이에 싱가포르 6호 매장을 열었다. 싱가포르 매장 중 처음으로 '뿌링클 버거'를 선보인 것도 이 매장이다. 간편식 수요가 많은 공항 상권 특성을 반영한 메뉴 구성이라고 bhc 측은 설명했다.
bhc가 현지에서 처음으로 버거를 출시하면서 바로 옆자리에 자리 롯데리아와 경쟁 구도도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창이공항을 테스트베드로 낙점, 단순 치킨 브랜드에서 나아가 QSR(퀵서비스레스토랑)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점차 넓히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은 "주얼 창이 공항점은 글로벌 소비자들이 모이는 상징적인 거점으로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철저한 상권 분석에 기반한 입지 선정과 현지 맞춤형 차별화 메뉴를 무기로 전 세계 시장에서 고객 접점을 적극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 브랜드가 모두 창이공항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허브 공항인 데다, 입점 자체만으로도 전 세계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얼 창이는 MRT·버스·택시 등 교통망과 직접 연결돼 접근성이 뛰어나다. 공항 이용객뿐 아니라 현지 주민과 관광객, 비즈니스 방문객까지 유입되는 구조로, 한 매장이 사실상 글로벌 쇼케이스 역할을 한다.
국내 시장 포화라는 공통된 배경도 깔려 있다. 베이커리·버거·치킨 모두 국내에서 치열한 출혈 경쟁이 이어지면서 해외 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K-외식 브랜드에겐 창이공항은 노출의 무대인 동시에, 글로벌 소비자 앞에서 경쟁력을 검증받는 시험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