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때문이야", "드신 날과 안 드신 날의 차이", "대한민국 대표 소화제". 이름만 들어도 아는 CM송의 주인공은 대웅제약의 우루사, 일동제약의 아로나민골드, 동화약품의 까스활명수다. 하지만 지금 K바이오는 완전히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 수십 년간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지탱해 온 전통 '효자약'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중심 성장 공식이 한계에 직면하면서다. 이제 K바이오는 내수 시장과 안전지대를 벗어나 글로벌 빅파마와 정면 승부를 벌이는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더구루에서는 [K바이오 신약대전] 기획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포스트 효자약' 전략과 신약 경쟁력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글로벌 주역으로 도약하려는 K바이오의 변곡점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더구루=진유진 기자] 조선 궁중 비방에서 시작된 소화제 한 병으로 130년 가까운 세월을 버텨온 동화약품. '가장 오래된 민족기업'이라는 화려한 타이틀 뒤에는 고질적인 '일반의약품(OTC) 의존형' 기업이란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체질 변화 선봉장에 오너 4세 윤인호 대표가 나섰다. 신사업 전담 조직을 강화하고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작업에 착수했다. 그동안 다져온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다. 실제 매출은 성장하고 있는 반면,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은 급감하면서 시장으로부터 "남는 장사를 하지 못했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화약품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4963억9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6.78% 성장했다. 내실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억5700만원에 그치며 전년(134억1119만원) 대비 무려 98% 이상 급감했다.
원인은 기형적인 매출 구조에 있었다. 까스활명수, 후시딘, 판콜, 잇치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국민 상비약들이 전체 매출의 44%를 차지하다 보니, 낮은 출고가와 높은 유통마진이라는 OTC 특유의 한계가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잠식해왔다. 전통 브랜드 파워가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는 딜레마로 작용한 것이다.
효과는 단박에 나왔다. 강도 높은 조직 개편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끌어냈다. 동화약품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112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394.8% 껑충 뛰었다. 1.8%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률도 8.6%로 수직 상승했다. 판관비와 R&D 비용을 대폭 줄이는 고강도 비용 효율화와 함께, 중선파마(177억원)와 메디세이(74억원)의 연결 실적이 본격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향후 전망도 밝다. 활명수 그늘에서 벗어나 그동안 공들여 온 신사업 파이프라인 확대가 이제 막 본궤도에 오르고 있어서다. 기존의 OTC 부문이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고부가가치 의료기기, 에스테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실제로 동화약품은 척추 임플란트 제조업체 메디세이를 인수한 데 이어, 메디컬 에스테틱 기업 제테마, AI 기반 의료 솔루션 뷰노 등 유망 바이오·테크 벤처에 대한 지분 투자를 과감하게 단행해 왔다.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동화약품은 혁신 신약 개발 역량을 확대하는 동시에 개량신약과 제품화 연구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R&D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연구부문장 영입과 조직 개편을 통해 부서 간 협업 효율을 높였고, DDS 연구는 중장기적으로 제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파이프라인 확장 가능성을 지속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올 초 국내 최초 겨드랑이 다한증 전문 치료제 '에크락겔'을 출시하는 등 마진율이 높은 ETC 품목 도입 전략도 병행하며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기존 OTC 브랜드 경쟁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전문의약품·의료기기·헬스케어·글로벌 사업으로 영토를 넓히는 중"이라며 "메디세이를 통해 의료기기 사업 기반을 확대하고, 중선파마를 거점으로 해외 리테일 사업 역량도 단계적으로 키워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