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街 세대교체] 영업익 93% 증발…대원제약 백인환·인영 사촌경영 '빨간불'

60년 '무적자 경영' 깨졌다…3세 출범 후 수익성 쇼크
영업익 477억→34억…자회사 부실에 본업도 '흔들'
외형 확장 속 M&A 후폭풍…ETC 둔화·신사업 적자

[더구루=진유진 기자] 대원제약이 닻을 올린 오너 3세 경영에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공격적인 신사업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매출 1조원' 달성을 향한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자회사 부실과 본업 둔화가 겹치면서 3년 만에 영업이익이 90% 넘게 쪼그라들었다. 60년 넘게 이어온 견실한 '알짜 제약사' 명성에 금이 가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원제약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6054억원으로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외형 성장은 정체된 반면 내실은 참혹한 수준으로 악화됐다. 같은 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7.7% 급감한 34억원에 그쳤고, 당기순이익은 44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 2023년 6.1%였던 연결 영업이익률은 2024년 4.7%를 거쳐 지난해 0.6%까지 고꾸라졌다.

 

실적 부진의 늪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5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늘어나는 데 그쳤으며, 영업이익(44억원)과 당기순이익(19억원)은 각각 전년 동기보다 53.4%, 60.8% 급감했다. 1분기 영업이익률 역시 2.77%로 반 토막 났다.

 

2세 형제 경영 시절과 비교하면 처참한 성적표다. 지난 1958년 창업주 고(故) 백부현 선대회장이 대원제약을 창업한 이래, 2세인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은 단 한 번의 적자도 허용하지 않는 철저한 내실 경영을 펼쳤다. 그러나 2023년 3세 사촌 형제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무적자 경영'에 급제동이 걸렸다.

 

당시 백승호 회장의 장남 백인환 마케팅본부장 전무는 경영총괄사장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등장했고, 이듬해 1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백승열 부회장의 장남인 백인영 대표 역시 지난 2023년 헬스케어사업본부장에 선임된 이후 2024년 계열사 대원헬스케어, 지난해 11월 에스디생명공학 대표이사를 잇달아 맡으며 사촌 경영 체제를 완성했다.


수치를 보면 더욱 뼈아프다. 3세 경영진이 전면에 나서기 직전인 지난 2022년 대원제약의 영업이익은 477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34억원으로 줄면서 사촌 경영 출범 3년 만에 영업이익의 92.8%가 증발했다. 

 

백인환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내건 '매출 1조원'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비제약 부문 M&A가 화근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인수한 건강기능식품 기업 '대원헬스케어'와 화장품 기업 '에스디생명공학'이 연이어 적자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대원헬스케어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로 본사의 자금 대여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으며, 에스디생명공학은 거액의 누적 결손금으로 인해 상장폐지 갈림길에 서 있다. 본업인 제약 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부실 자회사의 밑 빠진 독에 투입되면서 그룹 전체의 재무 건전성을 갉아먹는 형국이다.
 

설상가상으로 대원제약의 든든한 캐시카우였던 전문의약품(ETC) 사업마저 흔들리며 위기감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올 1분기 대원제약의 간판 호흡기 제품인 '코대원포르테'와 '코대원에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5% 급감했고, 효자 품목인 소염진통제 '펠루비' 계열도 성장세가 둔화됐다. 엔데믹에 따른 호흡기 환자 감소와 일부 품목의 약가 인하, 마케팅 비용 증가가 맞물린 탓이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비제약 신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백인영 대표는 지난달 에스디생명공학의 구원투수로 김혜원 신임 사업총괄대표를 전격 영입하는 배수진을 쳤다. 김 대표는 아모레퍼시픽, 네오팜 등을 거친 26년 경력의 더마 코스메틱 전문가다. 외부 전문가를 통해 유통망을 재정비하고 반전을 노리겠다는 구상이지만, 5년 새 매출이 80% 가까이 쪼그라든 회사를 단기간에 정상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대원제약은 '코대원' 등 호흡기 제품군에 편중된 구조를 탈피하고, 만성질환과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계절적 요인에 따른 호흡기 질환 환자 감소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고혈압·고지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계절적 요인과 무관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며 "건강기능식품 등 신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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