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제로' 희귀질환 연구…임성기재단이 5년간 '32억원' 쏟은 이유

한미약품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 '인간존중' 재조명
5년간 연구자 14명·희귀질환 4개 과제에 지원
난치병 연구 마중물…기전 규명→임상까지 전 주기 지원

[더구루=김현수 기자] 한미약품이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1940~2020) 6주기를 앞두고 있다. 그의 경영철학을 계승하기 위해 설립된 임성기재단은 설립 후 5년간 희귀난치성질환 연구와 생명공학·의약학 분야 연구자 지원해 왔다. 수익성이 없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외면하기 쉬운 연구에 쏟아부은 자금만 32억원에 달한다. 공익 실현을 위해 민간 재단이 꾸준히 마중물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평가다.
 

7일 임성기재단 공익법인 결산공시에 따르면 재단은 사업 첫해인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임성기연구자상 시상금과 희귀난치성질환 연구지원금으로 연구자 14명·4개 과제에 총 32억원을 지원했다. 연구자상에 20억원, 희귀난치질환 연구비로 12억원이 각각 집행됐다. 재단 운영 재원은 한미약품의 연간 기부금과 한미사이언스 보유 주식 배당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임성기재단은 2021년 4월 송영숙 회장, 임종윤·임주현·임종훈 등 유족 4인이 현금·토지·건물·한미사이언스 주식 등을 출연해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설립 당시 출연 재산은 약 1194억원(주식 취득원가 기준)에 달한다.

 

임 회장은 생전 "생명공학과 의약학 분야 연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돼 장기적 지원을 받기 어려우므로, 단기 이익에 매몰되지 않고 경제논리로부터 자유로운 비영리단체를 통해 이 분야 기초를 다져야 한다"는 유지를 남겼다. 재단은 임 회장의 이러한 경영철학을 계승해 수익성이 없는 연구지원 사업에 집중해 왔다.

 

재단의 공익사업은 크게 두 축으로 운영된다. 생명공학·의약학 분야 연구자를 발굴·시상하는 '임성기연구자상'과 희귀난치성질환 연구과제를 선발해 연구비를 직접 지원하는 '희귀난치성질환 연구지원사업'이다.

 

임성기연구자상은 해마다 대상 1명(상금 3억원)과 젊은연구자상 2명(각 5000만원) 등 총 4억원 규모로 운영된다. 5회까지 대상 수상자는 △1회 김인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2회 유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3회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4회 최형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 △5회 김형범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등이다.

 

구체적인 연구 성과를 보면 1회 대상을 받은 김인산 박사는 인체유래 단백질 나노체(페리틴)를 활용한 항암면역 플랫폼을 구축했다. 2회 유권 박사는 유전체 교정 원천기술을 연구했으며 3회 김빛내리 교수는 마이크로 RNA 기반 mRNA 백신·치료제 성능 향상 원천기술을 발굴했다. 4회 최형진 교수는 GLP-1 비만 치료제의 뇌 시상하부 작용 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5회 김형범 교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결합해 ATM 유전자 변이 2만7000여 개를 전수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희귀난치성질환 연구지원사업은 2022년 처음 시작됐다. 1차 사업 수혜자로는 이재철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와 이인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가 선정됐다. 재단은 두 과제에 각 2억원씩 연간 4억원을 2년간 지원했으며, 2024년에는 성균관대 산학협력단에 2억원을 추가 집행했다. 지난해에는 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조미라 교수·전신경화증 연구)을 선정해 2억원을 지원했으며, 향후 2년간 최대 4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희귀난치성질환 연구지원사업은 희귀질환 치료 환경의 구조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목적이다. 국내에서는 유병인구 2만명 이하의 병을 희귀질환으로 지정하고 있다. 질환별 환자 수가 적어 제약사 입장에서는 치료제 개발에 나서도 임상시험조차 어렵고 시장성도 낮다. 전 세계적으로 치료제가 개발된 희귀질환은 전체의 5% 내외에 불과하다. 기업이 손대기 어려운 공익 분야로 분류되는 이유다.

 

재단은 향후 연구지원 사업의 범위를 더욱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재단은 연구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학술대회·포럼·심포지엄 등 연구자 간 교류를 지원하고, 학교·병원·기관 등과 산학연구 클러스터 및 네트워킹을 구축해 연구개발(R&D)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임성기재단 관계자는 "희귀난치성질환의 병리기전 규명, 신규 치료타겟 및 후보물질 발굴, 원천기술 개발부터 치료 임상 단계까지 전 주기에 걸친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연구지원사업을 통한 희귀난치성질환 극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성기재단은 현재 제6회 임성기연구자상 수상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접수 마감은 다음 달까지며, 수상자는 연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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