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배출권거래제 개편…산업계 부담 완화하며 친환경 투자 확대 유도

내년 'ETS 투자 부스터' 도입
무상 배출권 할당량 확대

 

[더구루=홍성환 기자] 유럽연합(EU)이 기업에 큰 유연성을 부여하고 청정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제(ETS)'를 개편할 전망이다. ETS는 어떤 기업이 정부가 정한 배출량 이상 탄소를 배출하면 배출권을 구매해서 이를 상쇄하는 제도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9일 "EU는 ETS 개편을 통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 더 큰 유연성을 부여하고, 기업들이 청정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ETS 개편은 중공업의 청정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는 동시에 탈탄소화 속도가 빠른 기업이 에너지 전환을 지속하도록 장려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언급했다. EU는 오는 17일 ETS 개편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ETS 개편이 EU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유럽이 무역 파트너 국가와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EU의 한 관계자는 "집행위원회는 유럽의 경쟁력 저하에 대한 산업계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내년 4억개의 배출권을 기반으로 탄소 시장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이른바 'ETS 투자 부스터'는 3년간 운영되며, 자격 요건을 갖춘 기업에 선착순으로 배출권을 부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TS 투자 부스터는 EU가 계획 중인 '산업 탈탄소화 은행(IDB)'의 첫 단계로, 1000억 유로(약 170조원) 규모 탄소 시장 기반 자금이 투입된다.

 

2030년 이후 두 번째 단계에서는 IDB가 4억개의 탄소배출권을 추가로 활용한 경쟁 입찰 방식의 '차액 계약 제도(CfD)'를 도입해 기업이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CfD는 전력 거래 가격의 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정한 기준 가격을 설정하고, 기준 가격과 거래 가격 간의 차액을 보전해 주는 제도다.

 

또 EU는 화석 연료에서 청정 에너지로 전환하는 저개발 회원국을 지원하는 '현대화 기금'을 계속 운영하고, 2억개의 배출권을 활용한 '혁신 기금'을 통해 혁신적인 청정 기술 사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안에는 배출량 감축 속도를 늦춰 현재 규정상 2039년 배출량 상한선이 0으로 떨어진 이후에도 배출권 발급을 허용하는 방안도 포함될 전망이다. 일부 회원국은 EU ETS에서 배출허용총량을 매년 일정 비율로 줄이는 감축 속도를 정하는 지표인 '선형 감축 계수(LRF)'를 연 4.4%로 유지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다른 회원국은 3%로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U 최대 정당인 유럽인민당(EPP)은 2031년부터 LRF를 최소 1%포인트 낮출 것을 주장했다. 이에 반해 사회민주당(SDP)과 녹색당은 2035년까지 4.4%를 유지할 것을 요청했다.

 

EU ETS 설계자 중 한 명인 요스 델베케 유럽대학연구소 교수는 "EU ETS의 역할을 공고히 하고 정치적 양극화에서 벗어나 목표 수준을 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 몇 년 동안 급격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2050년까지 배출량 감축 경로는 선형적인 추세에 가깝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EU는 또 기업에 대한 무상 탄소배출권 할당을 확대할 계획이다. 추가 배출권의 일부는 EU 내 탈탄소화 투자 및 저배출 제품의 역내 생산 확대를 조건으로 제공된다. 또 기업에 제공되는 무상 배출권의 양을 결정하는 2026~2030년 탄소 규정 개정안도 제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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